“북한 리스크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주가수익비율(PER)이 8.7배가량인데 미국은 17배나 됩니다. 이익이 나도 배당을 안 하는 기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17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만난 강성부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대표는 “지분의 20%를 채 가지지 않은 오너 일가가 나머지 80%를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감 몰아주기, 즉 ‘터널링(tunneling)’ 때문에 지난 10년간 배당 수익률이 필리핀이나 방글라데시만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KCGI는 LIG계열 LK투자파트너스를 이끌었던 강 전 대표가 지난 8월에 창업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전문 사모투자펀드(PE)다.
강 대표는 “대부분 그룹이 3대로 넘어가고 대주주의 지분율이 감소하면서 생기는 구조적 문제인데 성장이 멈추면서 이런 부작용이 확연히 드러나게 된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기보다 시장 내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2014년 도입 당시 70억달러에 불과했던 일본의 관련 펀드의 규모는 불과 2년 새 4,740억달러까지 몸집을 불렸다. 강 대표는 “앞으로는 어떤 투자든지 간에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cooperate governance) 등을 다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LK투자파트너스 시절 요진건설과 대원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강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시장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대기업의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일단락되면 주주의 이익 환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강 대표는 “명분이 행동주의 펀드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데 물 건너오면서 투기자본으로 변질됐다”며 “하루 이틀 새 되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명분을) 쌓아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