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7년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렸다. 소위 ‘스푸트니크 쇼크’다. 1959년 소련은 루나 2호로 달을 탐사한 데 이어 1966년 루나 9호의 달 착륙에도 성공한다. 충격에 빠진 미국은 우주 투자를 확대해 1969년 처음으로 달에 인류를 착륙시킨다. 달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던 신화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미국과 소련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유·무인 탐사선을 달에 65차례 착륙시켰다. 1971년에만도 10차례나 탐사선이 달에 갔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은 예산부담 등으로 각각 1972년과 1976년 아폴로 17호와 루나 24호 이후 달 탐사를 중단했다.
다시 달 탐사 경쟁이 불붙은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태양 빛이 전혀 닿지 않는 달의 남극에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달 탐사를 통해 우주발사체, 항해·항법, 탐사선 제어, 심우주 통신 기술 등을 발전시켜왔다.
달은 헬륨-3 등 자원이 풍부하고 중력이 지구의 6분의1에 불과해 적은 연료를 쓰고 기상여건에 상관없이 화성·소행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러시아·유럽·일본·중국·인도이며 이 중 착륙까지 한 곳은 미국·러시아·중국이다. 중국은 연말에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도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는 유인 화성탐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구축에 들어가 2033년까지 순차적으로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이 국제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구글이 달에 로봇을 착륙시켜 고해상 동영상과 이미지를 전송하는 경연대회를 열고 스페이스X가 달에 보낼 민간인을 발표하는 등 기업 참여도 늘고 있다. 문익스프레스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달 탐사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2020년 550㎏급 달 궤도선(KPLO)을 스페이스X의 팰컨9을 활용해 쏘아 올릴 방침이다. 1,97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나사와 일부 협력해 심우주 통신, 심우주 항법 등의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시험용 달 궤도선에는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가 탑재된다. 나사 카메라도 탑재해 달 극지방의 영구 음영지 등 다양한 이미지를 촬영하며 물 등 여러 물질의 흔적을 찾는다.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선은 오는 2030년에 쏘아 올리게 된다.
항우연 관계자는 “미국은 일본에 발사체 기술을 많이 전수한 것과 달리 한국에는 조금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한·미 간 인공위성 분야에서는 나름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나로호 프로젝트를 2013년 1월 고흥나로기지에서 성공시킨 바 있다. 당시 발사체에서 가장 중요한 1단 로켓을 러시아제로 썼는데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실패라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다. 10월 25일 우리 기술로 발사되는 나로호 시험발사체의 기술 토대도 실상 러시아에서 적지 않게 힌트를 얻은 셈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고도 3만6,000㎞에서 움직이는 정지궤도 위성을 개발, 운용하고 있다. 항우연은 2010년 기상·해양 관측, 통신중계를 수행하는 국내 최초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위성 1호를 발사했고 올해 말과 내년에는 해상도가 4배가량 좋아진 천리안 2A호와 2B호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한반도 주변 5,000㎞×5,000㎞ 영역을 커버하는 데 2A호는 기상·우주기상관측용이고 2B호는 적조 등 해양관측과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모니터링용이다. 앞서 고도 500~800㎞의 저궤도 관측위성은 1999년 처음 발사한 뒤 현재 3개를 운용하고 있다. 지구관측·국토관리·안보용 등으로 쓰인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규제라든지 뒤늦게 투자에 나서 현재 발사체 개발 기술은 한참 뒤처져 있으나 인공위성 기술은 세계 6~7위권으로 평가된다”고 소개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