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에서 400㎞ 넘게 가야 하는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최근 부슬부슬 비가 내린 날 찾은 이곳에서는 오는 2021년 한국형발사체(누리호)에 앞서 10월25일 시험발사체를 쏘아 올리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75톤 엔진의 연소시험을 진행하며 발사장에서는 발사대 성능 검증을 하고 있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이번 시험발사는 자체 개발한 추력 75톤급 엔진 발사체를 대기권으로 날려보내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공하면 1.5톤급 위성을 고도 600∼800㎞에 날려 보내는 누리호에 탄력이 붙게 된다”고 밝혔다.
◇3년 뒤 누리호 발사 토대=우주발사체는 탑재체 무게·거리·임무 등에 따라 2~4단 로켓을 쓴다. 누리호의 경우 대기권을 벗어날 때 가장 큰 힘을 내는 1단은 75톤 엔진 4기 묶음, 2단은 75톤 엔진 1기, 3단은 7톤 엔진 1기로 구성된다. 60㎞ 고도에서 1단 로켓이 분리돼 추락하고 몇 초 후 2단 로켓이 점화돼 250㎞ 고도까지 올라간 뒤 3단 로켓이 점화된다. 발사 뒤 700초면 인공위성이 분리된다. 이번에는 75톤 엔진 1기와 추진기관 시스템, 구조, 전자장비, 제어 시스템을 시험한다. 고흥나로우주기지에서 발사 160여초 뒤 100km 고도를 넘어 300초께 최대 고도(미정)에 도달한 뒤 600여초 뒤 제주도와 일본 오키나와 사이 공해에 낙하할 예정이다.
로켓이나 인공위성 분리 때는 속도·각도·시간 등을 정확하게 계산해야 한다. 오승협 항우연 한국형발사체추진기관개발단장은 “로켓 엔진은 관성의 법칙이 있어 역추진 모터를 작동해 강제로 분리한다”며 “누리호의 각 단은 8개 볼트로 이어져 있는데 화약을 폭발시켜 분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테인리스강인 밸브는 유체 흐름을 조절하고 차단하는데 엄청난 고온·진동·압력을 견뎌야 한다”며 “600개가 쓰이는데 50g부터 27㎏이 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진공상태 로켓 연소 원리는=로켓은 케로신(등유) 연료와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산화제)를 점화추진제로 연소시켜 치솟는다. 연소 시 발생하는 고온·고압가스가 노즐을 통해 압력이 낮은 쪽으로 배출되며 움직인다. 연소 온도는 내부는 용광로보다 뜨거운 3,000~3,500도까지 높은데 배출가스는 1,600~1,700도다.
로켓은 진공상태인 우주까지 날아가야 해 질소가 없는 100% 산소를 산화제로 쓴다. 지상에서 10㎞ 위 대기권을 나는 비행기 제트엔진이 산소를 공기 중에서 얻어 등유와 같이 연소시키는 것과 다르다. 우주발사체는 연소가스가 분사할 때 생기는 힘인 추력을 이용해 방향을 바꾸게 된다. 연소실 전체를 움직여 방향을 제어하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중요한 로켓=발사체 성능은 ‘구조비(발사체 구조물/발사체 구조물+추진제×100)’가 낮을수록 좋다. 구조물이 10톤이고 추진제(연료+산화제)가 90톤이면 구조비는 10%다. 누리호는 10%를 목표하고 있는데 유럽의 아리안5는 6%, 스페이스X의 팰컨9은 3.5%다. 2013년 1월 발사한 무게 140톤의 나로호는 추진제가 130톤에 달한 반면 구조체와 부품은 10톤, 인공위성은 0.1톤에 불과했다.
지구는 질량에 비례하는 힘으로 모든 물체를 잡아당기는데 로켓이 지구 궤도를 비행하기 위해서는 초속 7.9㎞, 지구에서 벗어나려면 초속 11.2㎞의 속도를 내야 한다.
◇연소 불안정 등 난제=항우연은 연소실 내부의 유동과 압력이 급격히 요동치며 연소가 잘 되지 않는 연소 불안정을 해결하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 1초에 100ℓ씩 140초 이상 연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추진제를 짧은 시간에 고온·고압으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교란작용이 발생하고 특정 주파수와 맞물리면 공진이 난다. 자칫 압력과 진동이 급격하게 높아지며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추진제 탱크는 발사체 부피의 80%를 차지하는데 무게를 줄이기 위해 두께를 2~3㎜로 줄여야 한다. 알루미늄 소재를 잘 용접해 하중과 탱크 내부의 압력을 견디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
이밖에 발사체 페인트는 열 제어와 정전기 방지를 위해 하얀색으로 한다. 발사체가 일정 온도를 유지하고 먼지나 얼음 입자 등과 부딪힐 때 발생하는 전하로 방전이나 부품 파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탁민제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리는 미국·중국 등 우주강국에 비하면 발사체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달탐사 등 꾸준히 우주산업에 투자해야 갈수록 치열해지는 우주경쟁에서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고흥=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