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가 이공계 연구원의 의무로 돼 있지만 공책에 써서 보관도 잘 안되고 갱신도 안돼요. 블록체인에 올리면 연구 윤리성과 진실성 담보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죠.”
유민수(49·사진) 한양블록체인연구원 원장(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이 20일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원(HIT)에서 열린 개원식에서 기자와 만나 “연구노트는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선후관계를 다툴 때 좋은 입증자료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20조원의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이공계에 연구노트가 의무화돼 있지만 대부분 수기로 써 관리가 잘 되지 않으니 블록체인에 구현하자는 것이다. 그는 한양대 공학·수학·경영학·경제학·법학·의학 등 교수 20여명과 석사·박사급 연구원 50여명, 외부 자문위원 15명 등 총 100여명이 참여하는 한양블록체인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또 “학사행정 측면에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의 발급과 진위 확인도 블록체인에서 하게 되면 떼는 사람이나 필요로 하는 기업·기관 모두 번거롭지 않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학교에서 우선 연구노트와 증명서를 블록체인에 옮기는 작업을 추진하는 등 캠퍼스를 블록체인 실험·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구축하겠다는 것이 한양블록체인연구원의 계획이다. 대학 교육·연구·행정·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블록체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스타트업에 개방해 관련 연구와 신업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대학 관련 부서에서 추가 투자 부담에 따라 난색을 보이고 있고 교직원·학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내년에 블록체인 시범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유 원장은 “개인정보 보호와 해킹 대응책을 따져가며 차근차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2의 인터넷혁명으로 부르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현재 기술 수준이 성숙하지 못해 지속적인 R&D가 필요하다”며 “5~10년은 꾸준히 연구해야 제2의 인터넷혁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현재는 블록체인 R&D보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코인 공개로 영리를 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한양블록체인연구원이 총 8개의 센터(금융·경제, 평가·검증, 플랫폼, 정책·법률, 비즈니스협력, 창업지원, 전문인력 교육, 보안연구)를 두고 학제 간 융합연구, 대학원에 내년 블록체인융합학과 신설과 국제 공동연구 등의 생태계 조성, 대학 블록체인 테스트베드화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사회로 전환하는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뿐 아니라 블록체인이 정보기술(IT) 산업을 넘어 금융·경제·사회 등에 상당한 임팩트가 예상된다”며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한양대에 블록체인 연구원과 학과를 시작으로 AI 대학원과 연구원, 데이터사이언스연구원 등도 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블록체인 전문 드레이퍼대를 세운 DJF벤처캐피털의 팀 드레이퍼 회장은 “제약·헬스케어·금융·상업·정부 등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의해 변화할 것”이라며 한양블록체인연구원과의 협력에 기대를 표했다.
한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팀장은 이날 “블록체인 기술은 행정·경영·법률·의료·인문 분야 등에 광범위하게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혁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 혁신과 법률·제도 개혁에 나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