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였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은 “이 사건의 범죄사실은 무죄라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지사의 변호인은 이같이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재판에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날 김 지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김 지사는 드루킹 등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운용해 각 포털사이트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이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법리상으로도 과연 (댓글조작) 행위가 죄가 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특검이 구체적인 업무방해 방법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지방선거의 선거운동과 관련해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바 없으므로 무죄를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께부터 올해 2월까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 등을 위해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였다고 봤다. 특검은 또 김 지사가 지난해 6월 드루킹과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고, 같은 해 연말 드루킹의 측근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히겠다고 제안한 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지사 외에도 검찰과 특검이 여러 차례에 걸쳐 기소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500만원을 건넨 뇌물공여 사건 등에 대한 공판준비절차도 함께 진행한다. 여기엔 고(故) 노회찬 의원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도 포함됐다. 검찰과 특검은 이런 혐의로 김 지사와 드루킹을 포함해 12명을 기소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는 김 지사와 김 지사의 전 보좌관을 제외한 10명이 출석했다.
드루킹 측은 댓글 조작 범행과 관련해서는 매크로(자동프로그램)를 이용한 일부 댓글 조작 내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고 노회찬 의원에게는 돈을 건넨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김 지사의 전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이 없으므로 무죄라고 주장 중이다.
재판부는 각 사건에 대한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김 지사 사건을 드루킹 일당과 따로 심리할 예정이다. 대신 재판부는 검찰과 특검이 기소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은 함께 심리한다. 드루킹 일당의 뇌물공여 사건과 고 노회찬 의원과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도 재판은 별도로 진행된다. 그러나 피고인 등이 댓글조작 사건과 겹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병합해 한 번에 선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지사 사건은 내달 10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갖는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