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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창작자는 배고프다? 편견 깨는 CJENM의 투자행보

영화·드라마 업계 창작집단 사들이며 주식 지급

함께 성장하며 콘텐츠 생산능력 키워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서울경제DB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서울경제DB



CJENM이 영화·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창작집단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투자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과거 감독·작가 등 창작자는 작품이 크게 흥행하지 않으면 명성은 물론 뚜렷한 수익을 얻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CJENM은 창작자 집단을 사들이고 이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ENM은 2016년 JK필름을 인수하며 CJENM 주식을 지급했는데 최근 가치가 오르면서 JK필름의 실질적인 매각 대금이 2배 이상 올랐다. 영화 색즉시공·두사부일체·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은 CJENM이 2016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윤 감독은 CJENM에 지분 50%+1주를 매각하면서 현금 150억원과 함께 CJENM 주식을 받으면서 총 매각 대금으로 400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JK필름은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면서도 CJENM의 자회사로 CJ의 인력과 해외 수출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JK필름은 CJENM에 피인수된 이후 영화 ‘공조’와 ‘그것만이 내 세상을’ 제작하며 장르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감독 개인도 그동안 감독으로서 다수 흥행작을 냈던 성과에 대해 명성 외에 확실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CJENM에서 분할한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253450)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다른 드라마 제작사와 달리 방송사와 드라마 편성 계약 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제작사들이 방송사와 관계에서 ‘을’의 입장인 것과는 전혀 다르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작가와 연출진을 보유해 직접 제작하면서 tvN 등 CJ E&M 채널을 토대로 대형화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미스터선샤인의 김은숙 작가가 소속된 화앤담픽쳐스, 배우 전지현 소속사인 문화창고, 사극에 강한 KPJ를 총 800억원에 줄줄이 인수했다. 당시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는 물론 소속 작가와 드라마 감독도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식을 받았다. 이들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하고 주식가치가 뛰어도 당장 매각할 수 없는 보호 예수에 묶이면서 회사와 결속력을 높였다. 프리랜서 개념인 배우와 작가 등 연출진이 이탈하지 않고 여전히 스튜디오드래곤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드는 콘텐츠 가치가 높아지면서 중국 수출을 위한 파트너 찾기도 수월해졌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든 드라마 콘텐츠들은 사드(고고도방어미사일·THAAD) 논란으로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혀 있다.

그러나 스튜디오드래곤은 최대주주인 CJENM의 지분 70% 중 20%를 중국 콘텐츠 관련 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중국 수출길을 연다는 계획이다. 사드 논란 이전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든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독점 공급해 히트를 친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중국 최대 모바일 기업 텐센트, 알리바바, 웨이보 등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은 최대한 여러 곳에 지분을 쪼개 팔면 다양한 중국 파트너를 보유하게 된다”면서 “인수자는 경우에 따라 단독으로 지분을 인수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콘텐츠를 독점 공급 받기를 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콘텐츠 가치를 인정받아 매각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셈이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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