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가족들의 얘깃거리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이었을 겁니다. ‘9·13 대책’으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와 새로 나오는 신도시에 대한 궁금증이 컸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번에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큰 폭으로 오르게 됐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껏해야 5만원 오른다며 세금폭탄론은 허구이며 되레 세부담을 더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세금폭탄론이 아니라는 주장이 더 허구입니다. 당장 내년 부담만 그것도 현재 기준으로 따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계속 오를 공시가격은 빠졌고 내년 85%를 시작으로 향후 100%까지 인상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요인을 감안하면 1주택자라도 5년 뒤 보유세가 3~4배까지 올라가는 아파트가 많아지는데요. 세부담 상한이 300%인 다주택자의 부담은 더 큽니다.
세금은 공평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번에 너무 급격하게 올리면 피해자들이 많이 생깁니다. 배우자의 직장 문제로 집을 두 채 갖고 있는 이들도 있고, 집값은 비싸지만 은퇴를 해서 많은 세금을 낼 여력이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각자마다 사정이 있는 것이지요. 세금폭탄론이 허구가 아닌 이유 세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①공시가격·공정가액 현실화의 무서움···18억원 안팎 아파트 4~5년 뒤 ‘세금 폭발적 증가’
서울경제신문이 정승조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세무사에게 의뢰해 분석해본 결과 시가 18억원(공시가격 8억7,200만원)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전용면적 100㎡)의 올해 보유세는 1주택자 기준으로 248만8,000원입니다. 공시가격이 9억원 아래여서 올해는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냈는데요.
시가 18억원은 과세표준 3억원 안팎으로 종부세 세율은 0.5% 수준입니다. 내년에 종부세 대상이 되더라도 세부담 증가는 미미합니다. 공정가액비율 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금 폭탄이 아니라는 쪽의 근거입니다. 현실은 다른데요. 공시가격이 뜁니다. 기획재정부는 “공시가격에 대해 시세가 급등한 주택의 시세상승분을 적극 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시가격을 올려 현실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고려해 올해 송파구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16.1%)과 공정가액비율 매년 5%포인트 인상을 넣어서 계산해보니 내년 보유세는 330만8,149원이었습니다. 재산세 301만원에 종부세 약 29만8,000원이 나왔는데요. 이후에는 급속히 불어납니다. 연도별 보유세는 △2020년 438만9,746원 △2021년 603만6,943원 △2022년 849만8,926원으로 커지는데요. 4년 만에 3.4배나 세금이 늘어납니다.
시가 16억5,000만원(공시가 8억5,600만원)인 목동신시가지 6단지(95㎡)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1주택자 기준으로 올해 보유세 242만8,320원에서 △2019년 288만7,597원 △2020년 354만7,242원 △2021년 430만8,585원 △2022년 537만3,775원까지 상향 조정되는데요. 시가 43억5,000만원(공시가 24억800만원)인 압구정현대1차(196㎡)는 올해 1,380만4,128원에서 △2019년 2,253만5,021원 △2020년 2,990만8,662원 △2021년 3,867만5,180원 △2022년에는 4,906만6,063원까지 치솟습니다.
다주택자의 부담은 더 합니다. 종부세가 중과되는 2주택자도 보유세가 4배가량 뛰는데요. 양경섭 세무법인 서광 세무사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76㎡)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 소유주는 보유세가 올해 731만원에서 2022년 3,951만원으로 5.4배 증가합니다. 종부세만 따지면 362만원에서 2,799만원으로 무려 7.7배나 폭증합니다.
②부동산이 전체 자산의 약 70%인데···상당수 고령 자산가 자산과 현금 별도
문제는 아파트 값이 올랐더라도 이는 미실현 이익이라는 점입니다. 당장 현금이 생기는 게 아닌데요.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자산보유액은 3억8,164만원으로 이 중 금융자산은 9,784만원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재산의 69.7%, 약 70%가 부동산입니다.
\고소득층도 비슷한데요. 지난해 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8억4,137만원이며 금융자산은 2억2,324만원입니다. 부동산 비중이 68.5%로 전체 평균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은퇴 가정의 경우 매년 수천만원씩 보유세를 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합니다. 정부는 분납대상을 납부세액 5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낮추고 분납기간도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합산 시가 46억원인 조정지역 내 2주택자나 3주택 이상자는 정부 분석으로도 내년부터 보유세가 1,686만원에 달하는데요. 특수 사례지만 합산 시가 98억원의 보유세는 5,072만원, 176억원은 1억1,591만원입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종부세 세수가 2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는 3조~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③과표를 공시가격으로 둔갑해 과장?···“믿을 사람 없다”
일각에서는 과세표준 금액을 공시가격으로 둔갑시켜 세금폭탄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언론이나 특정 세력이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그런다는 것이지요.
종부세는 시가의 평균 70% 수준인 공시가격에 공제금액을 빼고 공정가액비율을 곱해 과표가 나옵니다. 시가 20억원이라면 공시가격은 14억원인데요. 1주택자는 9억원, 2주택 이상자는 6억원을 빼줍니다. 1주택자라면 5억원이고 여기에 공정가액비율 80%를 곱한 4억원이 최종 과표인데요. 종부세 인상 대상은 과표 3억원 이상부터입니다. 물론 과표 4억원은 시가 20억원인 고가주택입니다. 일부가 과표와 공시가격을 헷갈릴 수는 있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속여 세금폭탄론을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 과표를 공시가로 속인다고 믿을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누가 누구를 선동하는 건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