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저녁 보름달도 멋있었지만 다음날인 25일 저녁 고창에서 장엄한 월출(月出)을 봤다. 굉장히 큰 환한 보름달이 동쪽 하늘에서 불과 몇 분 만에 훅 떠오른 것이다.
달은 태양 빛을 반사해 빛나는데 보름달은 ‘달-지구-태양’ 위치일 때 생긴다. 다만 지구가 타원으로 도는 달의 궤도 중심에서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완전한 보름달은 25일 오전11시52분이었지만 이 시간에는 달이 이미 진 뒤였다. 그래서 이날 저녁때 뜬 달이 한가위 보름달보다 더 컸던 것이다.
다음날 새벽녘, 달은 어느새 서쪽 하늘로 가 있었다. 그만큼 지구의 자전속도가 빠르다는 방증이다. 하루에 한 번 자전하는 지구는 서울 기준으로 시속 1,337㎞나 되는 엄청난 속도로 돈다. 소리의 속도(초속 340m)보다 훨씬 빠른 초속 371m나 될 정도다. 하지만 인간과 같이 동식물과 자연·물체·공기까지 일정한 속도로 같이 돌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노사 기정진(1798~1879) 선생이 쓴 마석(磨石·맷돌)이라는 시에서 “천체는 움직여도 땅이 가만히 있는 까닭을 나는 맷돌을 보고 깨달았네. 학문의 지름길은 책에 있으니 어려움을 겪고 나야 공이 이루어진다네”라고 읊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미국의 닐 암스트롱 등이 1969년 아폴로11호를 타고 지구에서 38만3,000㎞ 떨어진 달에 최초로 착륙했지만 중고교 시절까지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보름달 모양이 똑같다고 생각했지 우리가 달의 앞면만 본다고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과학을 공부하며 비로소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27.3일로 같아 뒷면은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때는 ‘지구가 하루 한 바퀴씩 자전하는데 달의 자전과 공전주기 속에 자연스레 달의 뒷면도 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구 어디에서든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는 것은 달은 1초에 1.02㎞씩 공전해 지구를 중심으로 13도씩 도는데 그 각도만큼 지구 쪽으로 몸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지난 5월 달 뒤편으로 통신중계위성을 보내 지구와 통신이 되지 않는 달 뒷면에 연내 착륙선(창허4호)을 보낼 계획이라고 하니 달 뒷면의 비밀도 더 자세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리가 바닷가에 놀러 갈 때면 보게 되는 밀물과 썰물도 달이 바닷물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발생한다. 달이 알게 모르게 우리 지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달과 마주 보는 지역과 그 반대편에서 각각 썰물이 발생해 하루 한 번 자전할 동안 썰물과 밀물이 하루 두 번씩 생긴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달은 헬륨3 등 자원이 풍부하고 중력이 지구의 6분의1에 불과해 적은 연료를 쓰면서 기상여건에 상관없이 화성·소행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