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이 다음달 1일 5G기술을 이용한 홈서비스를 시작한다. 우리 이동통신업계보다 2개월 이상 빠른 가운데 ‘세계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버라이즌의 서비스는 5G의 핵심요소인 이동성이 결여된 만큼 국제적으로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받긴 힘들 것으로 평가한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다음달 1일 미국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4개 도시에서 5G 상업서비스를 시작한다. 속도는 평균 300Mbps 정도로 발표했는데 국내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133.43Mbps)보다 2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를 두고 “버라이즌이 10월 1일에 세계 최초로 상업적 5G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국내 일부 언론 역시 이를 반영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미국에 빼앗겼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썼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5G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소가 빠졌기 때문이다. 버라이즌은 5G서비스와 관련 이동통신 기기가 아닌 고정형 무선접속장치(FWA)를 이용해 제공할 예정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동통신 서비스가 아닌 고정통신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장은 이와 관련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도 5G와 관련 13가지 요건을 규정짓고 있다”며 “주요 요건 중 하나가 이동성(Mobility)인데 이동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5G 상용화라고 인정받기 어려울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 최초 LTE 상용화 당시에도 이동성은 전제돼 있었다. LTE는 지난 2009년 12월 스웨덴의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가 상용화했는데 공유기(라우터)를 이용해 이동성을 담보했었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버라이즌이 5G를 이용해 상업서비스를 시행하는 건 분명하지만 이동성을 전제하지 않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ITU의 전제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는다면 2018평창동계올림픽 당시 KT가 선보인 5G시범서비스가 더 먼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이르면 12월 공유기를 이용한 형태의 5G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LTE의 사례를 비춰보면 ‘세계최초 5G상용화’라고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업계는 이후 3월께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5G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