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각자 나름의 목표는 중요하고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죠. 가진 사람이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하는 것보다 큰 욕심 없이 하루하루 충실히 살면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데 실천이 어렵습니다.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일수록 ‘무소유’ 정신을 떠올리는 게 필요합니다.”
이계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2년 전부터 한 달에 한번꼴로 모임을 갖는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배우기 위해서다. 정확히는 법정스님을 추모하고 무소유 정신을 비롯한 그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한 모임이다.
그가 주도해 만든 이 모임에는 10여명이 늘 참석한다. 모이는 장소는 그의 집 또는 인근 카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식당 등이면 족하다. ‘차인(茶人)’인 그를 중심으로 모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차는 빠지지 않는다. 모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또 차를 즐긴다는 것이다.
그가 불자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법정스님의 제자’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30년 전쯤 가족과 송광사로 수련회를 갔는데 그때 법정스님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당시 저는 아나운서로 이름이 좀 알려졌을 때인데 법정스님께서 제게 ‘향적(香積)’이라는 법명도 내려주셨고 유발상좌(삭발하지 않고 스승 스님을 따르는 사람)가 됐습니다.”
결국 법정스님이 그에게 준 법명마냥 은은한 차 향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인생을 사는 셈이다. 그가 법정스님으로부터 배운 무소유 정신은 바로 ‘나눔’이다. 그가 한번은 법정스님에게 “나는 가진 게 많아 무소유 실천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자 법정스님은 “가지지 말라는 게 아니라 많이 벌고 많이 갖되 이를 나누라는 것”이라고 무소유의 뜻을 설명했다고 한다.
“법정스님이 ‘세상에 나눌 게 없는 사람은 없다. 나눌 게 없다면 선한 눈매라도 나누면 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무소유는 빈털터리가 아니라 바로 ‘나눔’입니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차를 마시며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풍족해지는 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