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정책

중소보험사 17곳 불안감 증폭..."킥스 적용 완화를"

■삼성생명마저 100% 미만...킥스發 자본확충 초비상

킥스적용땐 RBC100% 무더기 미달

흥국·KDB생명, 롯데손보도 대상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사실상 막혀

도입연기 등 대책마련 목소리 커져

0215A10 산출방식



오는 2021년 도입될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를 처음으로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국내 초우량 삼성생명마저 지급여력(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오면서 보험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아직 킥스 산출방식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시뮬레이션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확한 방식이 확정돼야 (RBC 비율) 재산성 등 정확한 재무건전성 상태를 알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보험 업계는 삼성생명도 권고기준을 못 맞출 정도로 결과가 나오자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온 게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재용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0.8%이다. 자기자본이 29조8,000억원으로 RBC 비율을 150%로 맞추려면 적어도 5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금융 당국은 2021년까지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유럽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해오고 있는데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RBC 비율을 산정하는 킥스 기준도 변화가 불가피해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새로운 킥스 도입을 전제로 한 첫 시뮬레이션 결과 삼성생명 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오면서 보험사들의 기존의 재무건전성 수치가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내 1위 우량 생명보험사마저 RBC 비율 100%를 넘기지 못하는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보험업권에서는 삼성생명의 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옴에 따라 추가 증가 여력이 없는 중형보험사들은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당장 3~4개의 보험사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RBC 비율이 200%에 미치지 못하는 생보사는 흥국생명·푸본현대생명·신한생명·DGB생명·KDB생명·DB생명·하나생명 등 7개다. 여기에 손보사는 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흥국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농협손해보험·뮌헨리 등 10개다. 현행 기준으로 300%가 넘던 삼성생명도 킥스 시뮬레이션 결과 100% 미만으로 나오면서 17개 보험사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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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나 부동산 자산 매각, 대주주 증자 등 자본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대주주 증자 여력도 크지 않아서다. 실제 흥국화재는 지난해 2억달러 규모로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다 모집금액이 4,000만달러에 그쳐 발행 자체를 중단했다.

한화손해보험 역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에 ‘A(안정적)’등급, 무디스에서는 ‘A2(안정적)’ 등급을 획득하고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작업에 착수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의 부담 증가 등으로 1,900억원의 국내 신종자본증권을 사모로 발행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역시 각각 10억달러, 5억~7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다 잠정 연기한 상태다. 삼성생명은 부산·광주·수원·당산 등 전국 각지에 보유한 건물 6개의 연내 매각에 나섰다. 킥스가 적용되면 부동산자산 위험계수가 현행 RBC 비율 제도에 비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미리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너나 할 것 없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매달리다 보니 1~2% 수준이던 가산금리가 3~4% 이상 늘어나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현재 RBC 비율이 200% 미만인 보험사들은 겉으로 티는 안내지만 속으로는 급박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킥스 도입을 미루는 등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2016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앞서 새로운 보험감독규제 ‘솔벤시2’를 도입했다. 부채를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면서 늘어나게 된 책임준비금을 16년에 걸쳐 반영하거나 자산집중에 따른 위험도 비율을 연도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예정된 2·3차 시뮬레이션에서 국내 특수성을 반영한 개선책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생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유럽의 기준을 곧이곧대로 적용해 국내 보험사 중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한국이 저금리 국면에 들어선 지 오래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금리 하락 리스크에 대한 가중치를 지나치게 높게 부여하는 등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용·손구민기자 yongs@sedaily.com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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