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벤처 전문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이하 창업·벤처 전문 PEF)를 준비하는 A운용사는 프로젝트펀드 결성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와 마찰을 겪었다. 핵심 출자자인 한 고액자산가가 신기술금융사와 공동으로 조합을 만들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며 출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세금이 문제였다.
1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민간 자본의 벤처기업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됐던 창업·벤처 전문 PEF가 개인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투자 대상이 비슷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는 달리 주식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신설된 창업·벤처 전문 PEF는 창업·벤처기업이나 기술·경영혁신형 기업, 신기술사업자,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에 출자액의 50% 이상 투자 및 운용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VC)이나 신기술조합뿐 아니라 사모펀드(PEF)를 통해서도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특히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신기술조합 등 이른바 벤처펀드가 주도해온 투자 영역이 개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설립 및 투자 관련 진입장벽이 낮아서다. 자산운용 인력만 있으면 금융당국의 라이선스나 모태펀드의 출자 없이도 창업·벤처 전문 PEF를 설립할 수 있다. 벤처펀드에 비해 설립 및 투자가 비교적 자유로워 고액자산가와 프라이빗뱅킹(PB) 자금의 유입이 기대됐다.
정부는 창업·벤처 전문 PEF의 활성화를 위해 일반 PEF에는 주지 않던 세제 혜택도 제공했다. 창업·벤처 전문 PEF는 소득공제와 증권거래세(코스닥 상장사는 거래금액의 0.3%) 면제를 받고 있다. 기존 벤처펀드에 준하는 혜택이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는 달리 창업·벤처 전문 PEF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신기술사업자나 벤처기업의 주식에 대한 양도세 면제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펀드 청산 시 부과되는 세금을 고려하면 기대수익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이에 따라 신기술조합으로 투자 툴을 갈아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투자 대상이 비슷한 신기술조합은 양도세 면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PEF 등 다양한 투자 창구를 만들어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개인투자자들이 신기술조합으로 쏠리는 이런 구조는 출자자 모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소규모 신생 운용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PB는 프로젝트펀드 대신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신기술금융사와 공동으로 조합을 세울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사전에 약정한 분배율에 따라 신기술금융사에 보수를 나눠줘야 해 운용사가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수익은 더 줄어든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설립된 창업·벤처 전문 PEF는 19개로 이 가운데 12곳이 100억원대 이하 규모의 펀드다. 이 같은 소규모 펀드는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거의 없어 사실상 개인투자자와 PB가 중심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가 벤처 투자 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간접투자 시 신기술조합이나 벤처조합·창투조합 등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고 직접투자를 통해서도 세제 감면을 받을 수 있다”며 “창업·벤처 전문 PEF에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