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산시장에서 ‘자금 블랙홀’이던 채권형 펀드의 독주가 끝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지난주에만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유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265개 채권형 펀드에서 총 3,232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 1개월간 5,827억원이 순유입된 점과 비교하면 채권형 펀드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지난달 27일(한국시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인상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채권형 펀드에서 3,029억원이 빠져나갔다.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단기채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집중됐다. 초단기 펀드에서 지난주 1,149억원이 이탈했는데 이는 전체 채권형 펀드 순유출액의 약 40%에 달한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아직 국내 채권형 펀드는 선방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0.1%였다. 연초 대비 수익률도 1.75%로 안정적인 편이다. 지난 2월부터 증시 부진으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올해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53%다. 이에 따라 자금유입도 지난달까지 채권형 펀드가 5조1,779억원으로 주식형 펀드(4조 9,057억원)를 웃돈다. 그런데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채권형 펀드 순환매가 빨라질 수 있다며 보수적 투자를 권한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채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금리 차가 처음 한두 번 엇박자가 났을 때는 문제 없었지만 그 차이가 축적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은 채권시장에 부정적인 이벤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채권금리도 올라가고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채권형 펀드의 자금몰이 브레이크는 최근 반등세인 증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주식형 펀드로 자금유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채권형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유출이 발생한 반면 주식형 펀드에는 2,819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 1개월간 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이 3,65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자금유입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