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리셔스한국은 기업 내에 잠자고 있는 데이터들을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돕는 디지털 데이터 분석 컨설팅 기업이다. 데이터리셔스한국을 이끌고 있는 김선영 대표를 만나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데이터리셔스’라니, 회사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머리가 복잡해졌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데이터를 분석해 더 나은 마케팅 활동을 돕는다는 데이터리셔스의 사업 내용은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수 년 째 강조되고 있지만, 가치 있는 정보로 제대로 활용하는 사례는 드문 게 현실이다. 각론을 파고들면 복잡한 얼개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김선영 데이터리셔스한국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 머릿속 생각이 그랬다.
그다지 넓지 않은 수수한 사무실에서 김선영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무척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데이터 전문 회사라고 하면 왠지 복잡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2007년 호주에서 설립된 데이터리셔스는 현재 글로벌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있다. 구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사 중에서 톱을 달리고 있다. 현재 영국, 독일, 폴란드, 인도, 싱가포르에 지사도 두고 있다. 한국지사인 데이터리셔스한국은 2016년 설립됐다. 김선영 대표는 데이터리셔스한국이 설립될 때 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김선영 대표는 뜻하지 않게 디지털 세계에 발을 들어놓았다. 김 대표는 자신의 지난 세월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1997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했는데 대학원 진학에 실패했어요. 그때 놀면 뭐하냐 싶어 컴퓨터 프로그램 원서를 번역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번역을 해 보니 재미있는 분야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 정보 검색사’, ‘웹마스터’ 같은 공부를 하면서 IT 부문에 입문했습니다.”
그는 결국 조그만 기업에 웹개발자로 취업해 프로의 세계로 들어섰다. 이후 웹에이전시 회사를 거쳐 LG그룹사 홈페이지를 운영 관리하는 웹마스터로 취업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LG그룹에 근무하면서 디지털 브랜딩,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 기획, 디지털 광고 관리, 웹사이트 운영, LG 대표 웹마스터 계정 이메일 응대 업무 등을 수행했다. 이후 다양한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데이터리셔스한국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는 “데이터 세계에선 ‘쓰레기 데이터는 아무리 분석해 봐야 쓰레기 결과물만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데이터리셔스가 하는 일에 대해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데이터리셔스는 기업들이 디지털 마케팅에 쓴 돈이 얼마나 성과로 연결됐는지 데이터에 근거해 분석한다. 소비자 구매경로를 정확하게 추적해 매체 기여도를 찾아낸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투입한 비용이 단돈 1원이라도 추적해서 판매에 기여한 부분을 따지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요. 그런데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죠. 예전에 컨설팅한 곳 중 카드사가 있었는데요. 마케팅 예산을 10억 원 들여서 겨우 신규 고객 100명을 확보했습니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접점에서 모객 활동하는 분의 일당이 5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500만 원이면 될 일을 2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한 꼴이였어요.”
데이터리셔스의 두 번째 역할은 ‘단일 고객 관점(single customer view)’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소비자들은 상품 하나를 구매할 때 웹과 모바일은 물론, 이메일과 포털검색, 소셜네트워크(SNS) 같은 다양한 상품 구매 선택지를 갖고 있다. 다양한 채널과 여러 디바이스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남게 된다.
김 대표는 말한다. “이런 소비자 구매 과정에서 각 채널의 족적을 통합해서 보지 않으면 A라는 사람을 A가 아닌 의미 없는 데이터 조각으로만 보게 됩니다. 쉽게 말해 A의 행위를 보고도 A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해 한 사람의 A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돕는 게 데이터리셔스가 수행하는 역할입니다.” 김 대표는 데이터 분석으로 어떻게 마케팅 성과측정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다시 설명했다.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많이 진행했고 성과도 좋았던 한 회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북 유입량은 높아지는데 매출은 떨어지는 이상한 그래프가 나온다며 원인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전체 데이터를 놓고 살펴 보니 재미있는 포인트가 발견되더군요. 페이스북 광고 집행을 40건에서 80건으로 늘렸는데 오히려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광고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서 발생한 매출은 더 늘어난 겁니다. 추측하건대 매출이 떨어지니 조급한 마음에 광고 집행을 확 늘린 거겠죠.”
김 대표는 현재의 데이터 분석 기술로는 100% 정확하게 원인을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데이터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광고 피로도가 매출 하락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저희는 광고 피로도 때문에 매출이 줄었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후 트래픽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 등 원인 분석을 진행했죠. 이런 식으로 가설을 수립하고 테스트를 거쳐 좀 더 정교한 결과 값을 도출하는 작업을 반복하면 결과 값에 대한 원인과 개선의 여지가 보입니다. 마케팅 성과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는 직관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훨씬 더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습니다.”
데이터리셔스는 매체 기여도 분석과 단일 고객 관점을 제공하는 툴 ‘옵티마허브’를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옵티마허브는 웹이나 앱 같은 디지털 채널 상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화, 사물인터넷(IoT) 센서, POS(Point Of Sales·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 같은 분야에서 각기 다른 방식을 통해 수집되는 많은 형태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데이터리셔스는 현재 옵티마허브를 글로벌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선 내년부터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도구가 만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빅데이터가 대세라고 하니 비싸더라도 일단 툴부터 사고 보는 기업들의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툴은 툴일 뿐이에요. 잘 사용하려면 프로세스를 만들고,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고, 사람을 교육시켜 내부 역량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분석 분야에는 ‘10대 90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1억 원짜리 툴을 구입했으면, 사람을 교육시키고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문화와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9억 원을 써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은 나름 비싼 툴을 구매해 놓고 담당자는 달랑 1명 지정하곤 합니다. 그 담당자가 어느 정도 툴을 만지고 익숙해지기까진 최대 1년 정도가 걸리고요. 그런데 기업이 그걸 기다려줄까요? 당장 1년쯤 지나면 돈 들였는데 왜 성과가 없느냐, 지금껏 뭐했느냐 하면서 채근하기 바쁠 겁니다.” 좋은 툴을 제대로 쓰는 법을 몰라 비용과 시간을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김 대표는 우리 기업에 또 다른 조언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흩어져 있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내부 자산화하기 위해선 데이터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새로운 디바이스나 채널이 생겨도 플랫폼에 끌려 다니지 않고 고객을 끌고 가면서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리셔스는 데이터를 통해 고객사에 성공을 안겨 드리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