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이번엔 印·브라질...무역전쟁 몰아치는 트럼프

고율 수입관세 비판하며 날 세워

"대화 아직 일러" 中엔 속도조절

다른 경제권과 유리한 협상 타결

'反美 연대' 확대 中 전략 무력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협상의 난제 중 하나였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타결하자마자 브라질과 인도로 무역전쟁의 총구를 돌렸다. 나프타 재협상에 성공해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유럽연합(EU)뿐 아니라 브라질·인도 등 신흥경제권과의 협상에서도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내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나프타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교역규모라며 “이 협정이 북미를 제조업 강국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나프타 재협상을 자축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브라질과 인도와의 무역관계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하며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브라질은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그들(브라질)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은 브라질 총 수출액의 12.3%를 차지하는 2위 수출국이지만 미국의 대(對) 브라질 수출은 지난 2013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 추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대 브라질 무역수지가 20억6,000만달러 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미중 간 무역전쟁 장기화로 미국산 대두의 대중 수출량이 급감하자 그 틈새를 브라질산 대두가 차지하는 등 브라질은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로 인해 미국과 브라질 간 무역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브라질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이들 두 나라에 대한 브라질 수출액이 연간 74억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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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과 함께 인도도 ‘관세왕(tariff king)’이라고 부르며 고율의 수입 관세를 문제 삼았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주도로 자국의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관세를 높이는 등 보호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루피화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외환보유 감소를 저지하기 위해 수입을 억제하고 비생필품목에 대한 수입 관세를 대폭 끌어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디 총리에게 이 문제점을 지적했고 그는 관세를 낮추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최대 무역분쟁 상대인 중국과의 일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인도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을 우선 마무리함으로써 다른 경제권과 협력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좌절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미 3국 간 협상 결과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고 일본·EU와의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쥔 만큼 브라질·인도 등 나머지 개별국가들과의 협상에서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낸다면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우리와 대화하기 원하고 우리도 대화를 원하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나프타 재협상 타결은 북미가 단결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시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커들로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다”고 전해 미중 정상이 약 2개월 뒤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담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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