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를 직권으로라도 풀어 대규모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현재 토지담보대출의 규제가 느슨해 또 다른 투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땅을 사들이기 위해 일으키는 토지담보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과 저축은행업권은 토지대출 관련 LTV 규제가 아예 없고 상호금융업권만 가계가 내는 토지 및 상가담보대출에 한해 LTV를 70%로 제한하는 규제를 두고 있다. 이마저도 개인사업자가 내는 토지대출에는 LTV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각 은행이나 저축은행별로 자체 내규를 두고 LTV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지침을 둬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 내곡동이나 경기 과천시 등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요충지와 그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감정가의 최대 90%까지 대출을 내줄 수 있다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과천시 과천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투기심리를 자극해놓은 상태 아니냐”며 “꼭 현금부자가 아니더라도 땅값의 10%만 갖고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7월 이후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 지역에서 330만㎡ 이상의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일산 신도시(15.8㎢) 규모의 토지가 그린벨트에서 풀려야 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은 특히 대출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는 상호금융 업계가 가계 토지담보대출을 거의 도맡고 있는데 앞으로 땅 투기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저금리 및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위해 상호금융업을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토지대출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타 대출 잔액은 약 205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1월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뒤 매달 1조원 가까이 불어나고 있다. 기타 대출에는 신용대출과 토지 및 상가대출이 섞여 있으나 향후 투기 바람이 일 경우 빚 성장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린벨트는 시가가 오르더라도 정부가 임의로 수용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내곡동 같은 곳에서는 큰 이익을 내기 힘들지만 아예 주목받지 못했던 곳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손쉬운 대출의 힘을 빌려 수익을 낼 수도 있다”며 “개인사업자 주담대에 LTV 규정을 두지 않았다가 낭패를 본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