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내리막길 들어선 한국경제]"돈풀기론 해결 안돼...투자유인책 세워야"

■펠로·전문가 진단

"자영업 부진 맞물려 최악

경기 이미 하강국면인데

흐름 뒤바꿀 정책 안보여

투자 유인책 등 서둘러야"

0315A02 서경수정



한국 경제가 저성장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장 기간 감소하고 경기지수도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해묵은 경기 하강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 하락세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과정”이라고 진단하면서 산업구조 개편, 투자심리 회복 등 근본적인 노력이 없으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마저 떨어지는 위험을 맞을 우려가 높다고 본다.

◇투자·고용 추락에 내수 부진…경기 하강 논쟁 재점화=2일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가장 경종을 울린 경제지표는 6개월째 감소한 설비투자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현재 제조업이 구조조정 중인데다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약해진 상황이 (설비투자 지표에) 반영됐다”며 “반도체는 지난해보다 투자가 줄 수밖에 없고 다른 업종은 투자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도 “정부 정책에 따라 임금 인상이나 지배구조 관련 이슈 등 대비해야 할 게 많다 보니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며 “투자가 잘돼야 고용이 늘고 가계소득 증대, 소비심리 개선의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지금 모습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내수도 경기를 끌어내린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몇 년간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했고 산업경쟁력도 떨어졌다”며 “도소매·자영업 부진까지 맞물려 고용이 악화한 것도 내수 침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정부의 소득 지원으로 소비가 근근이 버텨왔지만 건강한 소비는 아닌 것 같다”며 “가계는 미래 불안, 기업은 고용부담 때문에 내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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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이미 하강 국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표상으로 보면 떨어진 것이 맞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생산이 안 좋다”고 진단했고 홍 팀장도 “이미 지난해 중반에 고점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경기 하락세는 경제구조적 모순을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 교수는 “지금은 단순히 수요 측면의 오르내림이라기보다 산업경쟁력 약화, 구조개혁 지연 등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도 “경기 하강 국면이라기보다 ‘L자형 경제’의 전형적인 모습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심리 확대, 구조개혁 등 근본 처방이 절실”=전문가들은 경제구조를 바꾸고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구조적인 처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경기 흐름을 바꿀 만한 효과적인 정책이 안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들의 기를 살리고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단기적 돈 풀기 식으로 쉽게 될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잠재성장률을 2.8% 정도로 보고 있는데 민간 연구원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은 2.5~2.6%”라며 “잠재성장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낮은 기간이 길어지면 잠재성장률마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제·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간 우선순위를 두고 경제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원론부터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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