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으로 노후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은퇴를 대비한 자산운용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이 1조3,000억원을 바라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TDF 시장 규모가 7,000억원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0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는 등 공적연금에 대한 불안으로 투자자들의 TDF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TDF 상품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 TDF 시리즈는 수탁액 5,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TDF 70개의 설정액은 지난 8월30일 기준으로 총 1조2,800억원에 달했다. ‘생애주기펀드’라고도 불리는 TDF는 은퇴 시기에 맞춰 연령대별로 투자 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목표 은퇴 시기에 해당하는 펀드에 가입하도록 돼 있어 대표적인 노후 대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TDF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져 올 들어서 6,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이 박스권에 머물면서 국내 액티브펀드에서만 같은 기간 6,533억원이 유출된 것을 고려하면 TDF로의 자금 유입은 더욱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TDF 성장에는 삼성자산운용의 활약이 눈에 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한국형 TDF’ 시리즈는 2016년 4월 출시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수탁액 5,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TDF 시장 중 삼성 한국형 TDF 시리즈의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삼성 한국형 TDF 시리즈 중 주식 비중이 가장 높은 2045 펀드는 설정 후 21.14%, 최근 1년 5.08%의 수익률을 거두며 최근의 변동성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
TDF가 워낙 장기 상품이다 보니 주요 관건은 변동성 관리다. 실제 삼성 한국형 TDF 2045 펀드의 표준편차는 최근 1년 기준 7.55%였다. 같은 기간 국내에 출시된 해외펀드 중 글로벌 분산투자하는 주식형펀드의 유형 평균(11.50%)과 비교하면 4%포인트가량 낮은 수치일 뿐 아니라 업계 TDF 동일 유형 상품 평균(9.62%)과 비교해도 뛰어나다. 펀드의 표준편차는 대표적인 위험지표로 표준편차가 클수록 높은 위험도를 나타낸다. 투자국가만 해도 70개국, 1,200여개 글로벌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연금투자 상품으로서의 낮은 변동성을 유지한 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TDF가 올해 ‘펀드 수익률 무덤’과 같은 시기에서도 꾸준하게 수탁액이 증가하는 것은 국민들의 노후불안이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는 최근 제도개선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되면 오는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령사회로 노후불안에 국민연금 재정고갈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우려마저 겹치면서 아직 은퇴 시점이 남은 젊은 투자자들도 최근 TDF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훈 삼성자산운용 연금사업본부 본부장은 “출시 초기에는 소수 판매사에서 TDF 요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젊은 층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 접점 채널에서 투자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