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최저임금 차등적용 다시 수면위...勞 거부에 또 死藏되나

김동연 "인상폭 지역별 차별화"

勞 "노동자간 차별 초래" 반대

사회적 대화기구서 논의도 필요

법개정까지 상당한 시간 걸릴듯

편의점 업계를 중심으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숙원이었다. 손님이 드문 편의점에서 한 시간에 한두 차례 바코드 찍는 게 전부인 일이나 하루 종일 서서 일하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는 업무에 같은 시급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 등을 앞세웠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운영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역시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그 결과는 ‘아니오’였다. 업종별로 임금을 달리 매길 통계적 근거도 부족한 데다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효과를 우려했고 지역별 차등 역시 이제는 반나절 생활권이 된 국내 여건과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버린 카드’로 여겨졌던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들고 나오며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김 경제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별화에 대한 것도 고용노동부와 저희(기재부)가 함께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 일정한 범위를 주고 지방(지방자치단체)에 결정권을 주는 것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적용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기재부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소상공인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가 제기돼왔고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법안도 다수 국회에 계류돼 있어 기재부에서 내부적으로 타당성·필요성 및 실현 가능성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그룹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후 30년간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제도화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노사 의견 차이가 극심한데다 설상 이뤄지더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와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선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적용에 차등을 둬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청년과 고령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를 차별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도 지적한다. 그나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차선의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노동계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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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법안은 다수 발의돼 있다. 지난달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와 규모·지역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같은 당의 송언석 의원도 종류와 규모·지역·연령 등을 구분해 적용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 최저임금위 구성 방식, 업종별·지역별·규모별 구분 적용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비롯한 논의의 장을 만들고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혜를 모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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