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하이닉스 청주 M15공장 준공]'승자의 저주' 떨친 과감한 승부수...생산유발·부가가치 95조

4~5년내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2배로 확대 목표

연내 이천 M16공장 착공...3년전 투자약속 지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M15’ 공장 준공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M15’ 공장 준공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IMF 외환위기에 탄생한 SK하이닉스(000660)는 어려움을 기회로 반전시킨 불굴의 기업입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D램 생산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생산 세계 5위의 세계 3대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1,000만권의 책을 담아낼 수 있는 낸드플래시는 빅데이터의 핵심 두뇌입니다. 이번 청주공장 준공으로 낸드플래시 경쟁력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4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5’ 준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일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인수 이듬해인 2012년 SK하이닉스는 2,27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기술혁신과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됐다.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50조9,602억원으로 삼성전자(005930)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이천 M14 준공 때보다 높아진 위상 덕분에 기쁘지만 책임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청주 M15 반도체 공장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전용이다. 통상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품목을 확정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낸드 생산능력을 높이는 데 SK하이닉스가 그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가 낸드 생산에 집중하는 것은 생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편중된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기준 전체 영업이익에서 D램 비중은 90%에 달했다. 낸드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D램 시황에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시장 지위에서도 마찬가지다. D램에서는 29.6%(IHS마킷 자료, 2·4분기 기준)로 점유율 2위지만 낸드에서는 11.1%로 4위에 그친다. 특히 낸드에서는 1위인 삼성전자(38.9%)와의 격차가 큰 데 반해 5위권 업체들(도시바 18.1%, 웨스턴디지털 13.1%, 마이크론 10.6%)과의 차이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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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기술경쟁도 치열하다. 올 5월 삼성전자가 5세대 90단 낸드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도시바도 웨스턴디지털과 손잡고 5세대 96단 낸드 생산에 돌입했다. 마이크론 역시 인텔과 협업해 올해 말 96단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M15 공장에서 내년부터 96단 낸드를 생산한다. 기술 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도 올해 말부터 32단 낸드 생산에 돌입하며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다.

이날 준공식 직후 열린 M15 윈도 투어에서 문 대통령은 ‘아주 작은 낸드 하나에 국회도서관을 통째로 저장할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설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메모리반도체의 꽃으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가 급증할 낸드에서 더 많은 기술혁신을 이뤄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M15 윈도 투어 후 웨이퍼에 ‘기업과 지역의 상생, 문재인’이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SK하이닉스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힘써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오는 2023년까지 M15가 21만8,0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70조9,000억원의 생산, 25조8,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으로 추산했다. M15 건설 과정에만 160여개의 협력사가 참여했고 연간 약 240만명의 인력이 투입됐다고 SK하이닉스 측은 밝혔다.

SK하이닉스는 M15에 총 20조원을 투자해 4~5년 내 월 10만장(웨이퍼 투입 기준), 장기적으로 최대 월 20만장의 낸드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총 낸드 생산능력은 월 21만장가량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낸드 생산능력이 최대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업계 상황에 따라 생산량 증가 속도가 다를 수 있고 생산품목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시황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최신 공장을 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 이천에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도입한 D램 생산 라인인 M16도 착공해 2020년 10월 완공하게 되면 최태원 회장은 3년 전 약속을 모두 지키게 된다. M15 준공에 이어 연말에 M16 라인이 착공되면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 라인은 2005년 가동을 시작한 경기 이천의 M10(D램)을 비롯해 청주 M11·M12(낸드), 이천 M14(D램·낸드)와 중국 우시 C2(D램)에 이어 7개의 메모리 생산 라인을 갖추게 된다. /청주=신희철기자 윤홍우기자 hcshin@sedaily.com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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