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신·변종 감염병 막는 백신개발 나설 때

김범태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장

수익성 낮고 감염자 드문 탓에

제약기업 R&D 투자에 소극적

정부, 추적조사 등 제도 보완

범부처 기술개발 속도 올려야

김범태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융합연구단)단장



‘찰고지금(察古知今)’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옛일을 살피면 현재를 안다’는 뜻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차 국내 유입 사건이 마무리돼가는 상황에서 지난 2015년과 올해의 메르스 유입을 살펴보고 교훈을 얻어 미래 방향을 모색할 때다.

첫째, 메르스 유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감염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입국 전 선별해 별도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2015년 첫 메르스 유입 후 우리나라는 신종 감염병의 전파·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중 하나가 메르스 감염 위험국가를 방문하면 외교부에서 경고 안내문자가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또 감염자가 입국해 병원에 가면 담당 의사는 환자의 방문국가 정보를 자동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하지만 이번 2차 유입 과정을 보면 공항이나 항만 출입국 검역 시스템의 감염자 선별 과정에서 감염자가 국내 입국 전 스스로 신고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운용되는 검역법에 기초한 제도적 장치는 물론 유사 증세를 사전에 보고하는 자국민에게 별도의 과정을 통한 국내 귀환과 치료를 보장해줘야 한다.


둘째, 감염 위험자들의 신속한 추적과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에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 병원의 고위험성 감염병 환자 관리는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공기에 동승한 일상접촉자 440명에 대한 추적조사에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는 외국인 대상자를 추적하기 위한 정보를 확보하고 그들의 동선을 강제적으로 조정할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 이번에는 초동관리 조치가 제대로 작동했기에 더 이상의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으나 만일 메르스가 아닌 고전염성 신종 감염병이 이와 유사한 과정으로 유입됐다면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메르스 감염 위험자와 접촉가능자로 분류된 사람들에 대한 추적 과정에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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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정부 주도의 적극적 연구개발(R&D)이 중요하다.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항구적인 대응 방법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다. 문제는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감염병은 이윤이 잘 남지 않는 모험적 분야여서 제약회사나 관련 기업의 R&D는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감염자가 상시 존재하지 않아 임상 연구가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관련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정부는 신·변종 감염병에 대응해 범부처·다학제 간 융합연구 사업을 발굴해왔다. 2016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해 한국화학연구원에 설치한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융합연구단)은 9개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장벽을 허물고 한데 모여 진단, 예방, 치료, 확산 방지에 이르기까지 질병과의 전쟁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7개 부처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실제 질병의 방역에 활용하기 위한 ‘방역연계 범부처 연구개발사업단’을 발족해 올해부터 기술개발 과제를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성원이 보태지면 신·변종 감염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신·변종 바이러스가 일단 유입돼 확산하면 이에 대비하지 않은 국가는 이들 질병과의 전쟁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메르스 2차 국내 유입 사건은 2015년 이후 정부와 민간이 진행해온 다양한 대응책에 대한 귀중한 중간점검 시간이 됐다. 이를 계기로 제도적 보완뿐 아니라 현재 진행되는 R&D 사업의 성과 창출을 통해 앞으로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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