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430만주 전부를 매도하면서 ‘반도체 고점’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에 우려를 더했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월 말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노무라자산운용타이완의 비비안 파이 펀드매니저가 전 세계에서 자신이 운용 중인 주식형 펀드에서 삼성전자 주식 430만주 전량을 매도하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파이 매니저는 올해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 수익률이 경쟁 펀드를 모두 앞지르는 등 글로벌 톱 펀드매니저로 평가받고 있다.
파이 매니저는 “글로벌 경제 사이클은 더 이상 가속화되지 않고 완만한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전략상 이러한 사이클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려 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2년간 이어져온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끝나고 본격적인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는 ‘반도체 고점’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면서 올해 삼성전자 주식은 12%가량 하락했다”며 “파이 매니저처럼 기관투자가들은 펀드 수익률을 보호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반도체 고점 논란이 본격적으로 나온 9월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2,700억원 넘게 팔았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가 5일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 발표를 코앞에 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내놓을 실적 전망이 나오기 전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도 “영업이익 17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보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와 함께 내놓을 실적 가이던스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8월 재고 증가와 수요 둔화를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반도체 주식 매도를 권고하며 시장을 흔들었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3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기업 순이익 전망치를 하향했다. 모건스탠리는 자동차와 산업 등 주요 최종 시장이 둔화되면서 업계의 재고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