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칼럼] 한반도 향하는 허리케인, 美 중간선거

손철 뉴욕특파원




미국의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대통령의 4년 임기 한복판에서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1가량, 주지사 50명 중 상당수를 새로 뽑는 중간선거는 미 정계의 ‘태풍의 눈’이다. 중간선거는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 중대 고비였지만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그럴 것 같다. 1년 넘게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에 칼을 갈아온 특별검사의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특검이 중간선거 결과를 보고 최종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대패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을 경우 탄핵론이 재부각하며 정권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워싱턴DC에 몸살이 나면 서울은 독감에 걸리기 십상이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후 외교·안보의 최우선 순위를 대북 정책에 뒀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를 지지층 결집이나 크고 작은 선거에 활용해온 만큼 중간선거 결과는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개선 등에 중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위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허리케인이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의 운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미국 중간선거의 지금까지 판세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불리하다. 중간선거는 성격상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평가하며 채찍질하는 ‘심판론’에 힘이 실리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43차례의 미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사례는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류는 트럼프 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한 성향과 ‘대통령’ 답지 않은 말과 행동이 최근 측근과 언론인들에 의해 낱낱이 드러나면서 여권 지지율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민주당이 의원 전원을 다시 뽑는 하원을 탈환할 수는 있어도 선거 구조상 공화당이 유리한 상원까지 뒤집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우세했지만 지금은 민주당의 상·하원 싹쓸이 전망이 심심찮게 나돌 정도다.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일군 기적 같은 대선 승리를 감안할 때 여론조사나 지지율 추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선거 막판 백인 중산층을 중심으로 ‘샤이(Shy) 트럼프(숨은 지지표)’ 가 나설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운인지 실력인지 미국 경제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호시절이어서 여당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나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지들도 2년 전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공포’에 과거와 달리 선거 한 달을 앞두고도 결과 예측을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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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다음달 중간선거에서 한쪽이 싹쓸이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보다 공화·민주 양당이 의회 권력을 분점하는 구도가 정립되기를 바란다. 공화당이 하원을 내주더라도 상원은 지켜야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속되면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가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사랑에 빠졌다”며 어지럽게 냉·온탕을 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의회의 견제 속에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해질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인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기세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트럼프 정부가 어느 정도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보호무역의 파고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합리적이라고 여겨진다.

민심은 변화무쌍하다. 선거 결과를 예단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둬 트럼프 정부가 순식간에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고 또 한 차례 기적 속에 공화당이 의회 권력 수성에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층 도를 넘어선 폭주로 해외 미군 철수 등 돌출 정책들을 남발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달 후면 한반도에 상륙할 허리케인이 최강 위력의 ‘카테고리 5’가 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알 수 없지만 정부가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지혜롭고 완벽에 가까운 대비책으로 실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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