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매출이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각 업체마다 점포의 취급 상품 수를 고객 선호도 기준으로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등 선택이 엇갈리고 있다.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위주’라는 취지는 동일하지만 행동은 달라진 셈이다.
대형마트의 매출 부진은 올해 들어 특히 더 두드러지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8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대형마트는 전년동기대비 -1.2%의 증가율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그 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백화점(2.4%), SSM(4.6%), 편의점(8.4%) 등 모두 늘었다. 식품을 제외하고 리빙(가정/생활), 패션, 잡화 등 대부분 카테고리에서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올해 들어 대형마트의 매출은 최근 5개월 동안 6월을 제외하면 매달 감소 중이다. 이에 유통업태별 매출 구성비에서도 온라인판매중개업(오픈마켓)에 1위를 내줬다. 대형마트는 전체 유통업 매출 중 23.2%를 점유해 전년동기대비 1.8%포인트 줄었다. 온라인판매중개업의 매출 비중은 26.3%였다.
일부 대형마트는 이 같은 부진 속에 취급하는 상품 수를 고객이 많이 찾는 것들 위주로 조정하는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현재 점포별로 취급하는 상품가짓수(SKU·재고관리 단위)를 기존 6만개 선에서 최대 2만개 수준까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식품, 홈퍼니싱, 퍼스널케어(건강식품 등)과 같은 핵심 카테고리 외 패션, 잡화를 비롯한 매출이 부진한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것.
롯데마트 측은 2만개까지 축소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지만 SKU의 축소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가 취임한 이래 계속 고객 선호가 많은 상품 위주로 남기며 SKU를 조정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들만 진열하기에도 공간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도 지난 6월부터 기존 점포를 리뉴얼해 선보이고 있는 ‘창고형할인점+대형마트’ 콘셉트의 홈플러스스페셜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를 줄였다. 기존 홈플러스 매장에서 판매하던 상품은 2만2,000여 종이었으나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것 중심으로 1만7,000여 종으로 추렸다. 대표상품과 고객이 많이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진열함으로써 쇼핑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의도다. 현재까지 점포 10곳을 연 가운데 매출은 리뉴얼 전보다 평균 40% 늘었고 객단가(고객 한 명당 구매금액)은 30% 늘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반면 이마트의 대응 방향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이마트는 점포별 SKU가 4~5만여 종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도 ‘노브랜드’를 비롯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의 라인업이 늘어나다 보니 더 늘어났을 수도 있다는 게 안팎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PB 상품의 라인업을 늘리다보니 전체 상품 수가 더 늘어났을 수 있다”며 “상품의 가짓수를 늘림으로써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