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제재 복원을 한 달 앞두고 지난 1955년 체결된 ‘미·이란 친선조약’ 파기를 전격 선언했다. 인도주의 분야에 대한 대이란 제재를 철회하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결정에 반발한 조치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관계와 영사권을 확립하는 1955년 협정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이란 친선조약’은 1953년 이란에서 영국과 미국이 지원한 쿠데타가 성공해 이란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추진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조약의 폐기는 벌써 이뤄졌어야 했는데 수십 년이나 늦었다”며 “이란은 ICJ를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ICJ는 인도주의적 물품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라는 만장일치 판결을 내렸다. ICJ는 “의약품, 의료장비, 식료품, 농산품, 안전한 민간비행 보장에 필요한 장비 등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미국의 제재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트럼프 정부는 5월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일방적 탈퇴를 선언한 뒤 8월 이란과의 모든 거래 중단을 골자로 한 1차 제재를 부과했으며 11월에는 석유와 에너지 판매 중단 등을 뼈대로 한 2차 제재 부과가 예고된 상태다. 이에 7월16일 이란은 미 정부의 제재 재개가 1955년 양국 간 체결된 우호조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ICJ에 미국을 제소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ICJ가 제재 관련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다”고 밝혀 판결에 불복할 뜻임을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이란 등의 ICJ 제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외교관계에 관한 빈 조약’에서도 탈퇴하기로 했다. 196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채택된 이 조약은 외교사절단 파견에 관한 사항과 특권·면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근본적인 빈 조약의 취지에는 계속 동참할 방침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근거 없는 주장에 노출돼 이란이나 팔레스타인 등이 ICJ 제소의 빌미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모든 국제조약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