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4일 외국인투자가들이 대형주를 대거 처분했다. 특히 중국 국경절(10월1~7일) 효과가 기대 이하이고 국내외 증권사의 잇단 목표주가 하향과 중국 보따리상을 현지에서 규제한다는 악재가 겹치면서 화장품·면세점주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5,000억원 이상 ‘팔자’에 나서며 1.5% 이상 크게 하락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090430)(-13.99%), 신세계(004170)(-12.66%), 호텔신라(008770)(-7.51%), POSCO(005490)(-6.63%), LG화학(051910)(-6.66%), LG생활건강(051900)(-7.71%) 등 대형주들의 낙폭이 컸다. POSCO(419억원), 아모레퍼시픽(410억원), LG화학(396억원), LG생활건강(296억원), 호텔신라(130억원) 등 이날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도 이들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
상장사들의 3·4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과 강달러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3·4분기 실적은 55조6,811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2·4분기만 해도 56조원대였던 추정치는 3·4분기 실적 발표 시점이 가까워 올수록 낮아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 전망치와 실제 영업이익 간 괴리율인 10%를 적용하면 50조원대로 떨어진다”며 “실적 기대는 약간 낮춰야 한다”고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12.6%로 지난해 3·4분기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빼면 이마저도 0.8%로 줄어든다”며 “다른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 역시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낙폭이 컸던 아모레퍼시픽·LG화학 등은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영업이익은 1,33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8% 늘어나지만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36만원에서 34만원으로 낮췄다. 이날 외국계 증권사인 CLSA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이 예상을 밑도는 것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중국 성장률을 종전 20% 이상에서 하반기와 2019년 각각 8%, 13%로 낮춘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표했다.
LG화학 역시 영업이익이 19% 이상 줄어들 것으로 증권가는 본다. 반면 POSCO의 경우 3·4분기 별도 영업이익 1조원대 복귀가 예상됐음에도 외국인 매도세에 휩쓸려 미끄러졌다.
특히 연말까지 이어지는 ‘소비 랠리’를 맞아 기대를 모았던 화장품·면세점 등 중국 소비주는 중국인 단체관광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초상집이 됐다. 3·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128% 증가(691억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텔신라는 중국 소비심리 침체에 밀려 주가는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LG생활건강 역시 ‘중국 소비 확대에 따른 럭셔리 화장품 최대 수혜주’라는 평가가 무색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의 3·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며 “예상보다 중국인 인바운드가 더디게 회복된 탓에 3·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화장품과 면세점 실적 성장의 ‘1등 공신’인 중국 ‘다이궁(代工)’을 현지 정부가 규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더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불법 판매 채널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본격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반등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개인소득세 개정안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며 “이달부터 개인소득세 면세 기준이 3,500위안에서 5,000위안으로 확대됐는데 이는 저소득층의 1인당 소비 여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화장품 구매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경기지표가 최근 부진하나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은 여전하다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