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식량안보를 명분으로 곤충을 통해 작물의 유전자를 바꾸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물무기 개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곤충동맹(Insect Allies)’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진딧물을 비롯한 작은 곤충에게 작물의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다음 작물재배 현장에 대규모로 풀어 가뭄이나 홍수, 외래 해충 등에 견딜 수 있도록 작물을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작물 유전자 조작 계통 연구로 분류되지만 곤충을 매개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을 비롯한 대학 연구기관과 보이스 톰슨 연구소 등이 미국 국방부 산하 핵심 연구개발 조직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약 4,5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4년 계획으로 진행중이다.
하지만, 군사기술을 주로 연구하는 정부 기관인 DARPA가 연구비를 지원해 의심의 눈으로 보여지던 와중에 국제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가 최신호에서 이를 비판하는 논문을 실으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곤충동맹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과학자와 변호사들은 논문을 통해 이 기술이 개발되면 누군가 거의 모든 종의 작물을 황폐화할 수 있는 질병을 퍼뜨리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가 지난 1975년에 발효된 생물무기금지협약(BWC)에서 규정된 생물무기와 유사하다며 “적대적 목적으로 생물무기와 전달수단을 개발하려는 노력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 생물무기는 질병 예방이나 보호, 기타 평화적 목적을 가진다 해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강력히 금지되고 있는 점을 지적해 곤충동맹 프로젝트가 내세우는 목적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 관한 단순 발표만으로도 다른 나라가 이 분야에서 독자적인 능력 개발에 나서도록 자극할 수 있으며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막스 플랑크 진화생물학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기 리브스 박사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조용한 복도 한 쪽 끝의 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기관에 의도적으로 맡겨져 결정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나만큼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DARPA는 이러한 비판을 받은 즉시 반박문을 통해 가뭄이나 홍수 등이 있을 때 곤충의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으로 작물이 어려운 시기만 넘길 수 있게만 한 뒤 바로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데, 비판론자들은 마치 작물의 게놈을 영구적으로 변형하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연구실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대처법을 찾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거론하며 작물이 심어진 상황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연구의 실효성에 대해 역설했다.
곤충동맹 프로젝트의 생물무기 관련 논란은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에게 혜택과 동시에 위협도 제기한다는 양면성 논란과 같은 맥락이다. 뉴욕타임스는 DARPA가 종종 예측된 위험을 감수할 때가 있다는 점을 DARPA 관리들도 인정하고 있으며, 이득을 먼저 고려하는 것을 자신들의 핵심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곤충동맹 프로젝트의 DARPA 책임자 블레이크 벡스타인 박사가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이며 이는 우리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