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있는 신도시나 잘 만들라" 난기류 만난 '3기 신도시' 정책 신뢰성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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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에 330만㎡ 이상 신도시 4~5곳 조성 등의 방식으로 총 30만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서울지역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한 보유세 강화 등의 수요 억제책에 이은 공급부문 대책이다. 수요 억제 일변도 대책에서 공급 확대로 정책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서울 집값 불났는데 왜 경기도에 물 퍼붓나”라는 비판이 불거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3기 신도시 공급으로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안정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주택 공급 지역의 상당수가 ‘집값 하락지역’인 것으로 조사되고 인기 지역도 주민과 지자체 반발 등이 심해지면서 첫 삽도 뜨기 전에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비용 들이고도 서울 주택수요 흡수에 실패한 2기 신도시 전철 밟을라”


정부는 올해 말 공공택지 1~2곳을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택지들의 지구 지정절차를 완료, 2021년부터 분양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반대로 서울지역의 택지개발은 불발에 그쳤다. 정부는 대안으로 수도권 미니 신도시를 내세웠고 유력 후보지로는 광명시흥지구, 하남 감북지구, 고양 화전동이나 장항동, 김포 고촌읍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3기 신도시 조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거워지고 공급확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서울 주택수요 일부분을 흡수해 시장안정에 다소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서울 집값 잡기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경기, 인천에 공급예정인 아파트의 60% 이상이 집값 하락지역에 계획된 데다 정작 얼마 안되는 인기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지자체가 택지 지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 잡겠다고 경기도를 희생 시키나” 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1, 2기 신도시와 같은 베드타운만 더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에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을 구축해 서울에 몰린 수요를 분산시키고 업무시설 확보 등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신도시 주민들은 “2기 신도시는 제대로 된 자족기능 및 광역교통대책도 없이 엉망으로 만들어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2기 신도시와 경기도 일대가 부족한 교통망과 생활 인프라로 미분양이 적체된 가운데 또 새로운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파주 운정 신도시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의 3기 신도시 카드를 즉각 철회하고 대기업 유치 등으로 운정 신도시를 살려 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문을 올리기도 했다. 7만 가구 분양을 앞둔 검단 신도시는 ‘엉뚱한 유탄’을 맞을 판이라며 ‘미분양 공포’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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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지정 유력 후보 지역인 광명, 시흥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광명시를 더 이상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언제까지 집만 때려지을 것이냐”고 반기를 들었다. 그동안 주택공급이 많았던 시흥 역시 ‘공급 폭탄’ 우려로 떨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집값 급등은 서울과 인접지역 중심의 국지적 현상인데 그저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여기저기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주택시장이 안정될 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공급 부풀리기 유혹 벗어나 실질적 수요분산 대책에 집중해야”

신도시 개발목적의 핵심은 서울의 도심기능 분산, 주택공급 확대, 대도시의 인구분산 등으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신도시 개발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계획을 제대로 실행 못한 계획도시’ 개발로 자족성 확보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고 대부분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는 정책은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을 내세운 정부철학에 어긋나는 점도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지역의 택지부족과 그린벨트 해제가 어렵게 되면서 미니신도시 건설이라는 충격요법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계속 치솟자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로 잠시 동안 집값이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자족기능과 교통망이 미흡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신도시는 오히려 중장기적으론 서울 주택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잠재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도권 신도시가 수요분산 효과를 일으키는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잠재적 수요자를 양산해 서울에 대한 구심력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공급 부풀리기’에 급급해 수도권 택지개발을 늘리는 ‘손쉬운 탁상행정 대책’이 아닌 수도권 전체에 대한 개발지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양질의 주거지형’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때다. 일각에서는 토지보상금만 20조 이상 들어가는 신도시를 통한 공급확대보다 기존 신도시의 교통망에 투자해서 1시간 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게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발적으로 서울 외곽에 가서 살도록 생활편의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확충해주고 기업들의 본사 이전을 유도해서 수도권 곳곳에 일자리가 생기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주택수요도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 강남,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온갖 대책을 쏟아내는 잘못된 국가정책에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있는 2기 신도시나 제대로 만들어라”라는 네티즌의 지적에 귀 기울여 무조건 새로 짓는 공급정책보다 수도권 전체의 개발 지형을 다시 짜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이정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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