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11년만에 만난 ‘노무현 소나무’에 눈시울 붉힌 방북단

평양 중앙식물원 참관…노건호 “지켜줘서 감사”

봉하마을 등 6곳 흙과 물 가져와 나무에 뿌려

북한 대표단에서 준비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평양 중앙식물원에 심은 소나무 사진./사진공동취재단북한 대표단에서 준비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평양 중앙식물원에 심은 소나무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姑)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0월 방북해 평양 중앙식물원에 소나무를 심고 있다./연합뉴스고(姑)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0월 방북해 평양 중앙식물원에 소나무를 심고 있다./연합뉴스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민관방북단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함께 심은 소나무를 둘러봤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 등으로 구성된 민관방북단은 6일 평양시 대성구역 인근 중앙식물원을 찾아 지난 2007년 노 전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심은 소나무를 둘러봤다. 중앙식물원 정문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심어져 있는 이 소나무 앞에는 ‘하나된 민족의 염원을 담아/ 2007.10.2∼4 평양방문기념/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란 문구가 적힌 표석이 놓였다.

노무현 재단은 이번 방북을 앞두고 미리 소나무를 둘러보기로 계획하고 봉화산과 화포천, 봉하들판, 노 대통령 집, 마옥당(摩玉堂·노 대통령이 고시 공부한 곳), 생가 등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6곳에서 흙과 물을 12개 플라스틱 통에 미리 담아왔다. 노건호 씨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흙과 물을 나무 주변에 뿌리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방북 기간 내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던 노건호씨는 씨는 비로소 11년 전 아버지가 심은 소나무 앞에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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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호씨 “민족 간의 교류가 제한되면서 남측에서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앞으로 다시 서로 교류하면서 공동으로 기념할 날이 올지 알 수 없어 불안을 많이 가졌다”며 “봉하마을에서 가져온 흙과 물을 이렇게 함께 뿌리고 나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많이 뜨거워지고, 감정적으로 여러 가지로 많이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는 우리가 이렇게 같이 실천하고 또 실천하고, 그렇게 실천해 나갈 때 앞으로 계속해서 쌓일 것”이라며 “이렇게 소나무를 잘 관리해주시고 뜻을 잘 유지해주신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함께 자리한 이해찬 대표는 “11년 만의 기념행사를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소나무를 보니까 정말 싱싱하고, 민족의 기상을 보여주는 나무로 잘 자라고 있어 마음이 흡족하다”며 “분단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싱싱하게 파릇파릇 잘 자라는 소나무가 상징하듯이 한반도에 생기가 도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명균 장관도 “이 자리에 함께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10·4선언 정신을 이어받고 계승해 발전시킨 판문점 선언,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이 소나무가 모진 비바람, 추위, 더위 잘 이겨내고 잘 컸듯이 철저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노건호 씨와 조명균 장관 등 참석자 일부는 각자의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11년 만에 소나무를 마주한 감격에 말을 멈추고 울먹이기도 했다.

민관방북단은 기념식수를 둘러본 뒤에는 평양에 조성된 중앙동물원과 자연박물관을 참관했다. 방북단은 이날 저녁 2박 3일간의 방북 일정을 모두 마치고 정부 수송기를 통해 돌아올 예정이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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