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근로제가 도입된 지 100일을 넘었지만 건설 업계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공기 연장으로 입주 지연까지 초래해 관련 분쟁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 후 공사기간 및 공사비 부족 등을 이유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 등의 특성이 있어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타 산업보다 타격이 더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업계의 우려가 특히 큰 분야는 아파트 건설현장이다. 근로시간이 줄어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추후 입주자와 건설사 간 입주 지연에 따른 분쟁 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건설 업체들은 새 제도가 적용돼 신규 아파트 현장의 공사기간이 기존보다 4개월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당초 건설사와 계약했던 시기에 입주를 하지 못하면 건설사는 이에 따르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건설사가 아파트 공급계약서에서 정한 입주예정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이미 납부한 대금에 일정 요율을 적용해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거나 잔금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연체 요율은 연 5%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규모에 따라 건설사가 물게 될 보상금은 큰 차이가 날 것”이라면서도 “지체보상금만 수십억원을 훌쩍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보상금을 물지 않으려면 현장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사비가 불어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공기 연장은 입주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업체의 수익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의 전세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제도가 적용 중인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종합건설업은 0.6%, 전문건설업은 0.3%에 국한돼 아직 입주 지연 등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제도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