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1타.’
임성재(20·CJ대한통운)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전 우승의 위업에 1타가 모자랐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한국인 첫 신인왕을 향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임성재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실버라도 리조트&스파(파72·7,203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2018-2019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총상금 640만달러)에서 아깝게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공동 4위를 차지했다. 공동 4위 상금은 24만1,280달러(약 2억7,300만원)다. 이날 선두에 4타 뒤진 3위로 출발한 그는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며 우승에 도전했으나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해 3명의 공동 선두(14언더파)를 끝내 따라잡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PGA 투어 2018-2019시즌 개막전인 동시에 루키 임성재의 PGA 투어 공식 데뷔전이었다. 임성재는 한국 남자골프를 이끌 ‘괴물’로 통한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지난 2016년 고교생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 프로골프 투어에 정식으로 데뷔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일본 투어 상금랭킹 12위에 오른 뒤 PGA 2부 투어(웹닷컴 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2위로 합격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올해 웹닷컴 투어에서 개막전 우승(시즌 2승)을 차지한 후 내내 상금 선두를 지킨 끝에 상금왕까지 올라 정규투어에 입성했다. PGA 투어로부터 이번 시즌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임성재는 정규 투어 첫 대회부터 신인왕 후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전날 단독 3위에서 이날 공동 4위로 순위는 한 계단 내려갔지만 선두와의 격차는 4타 차에서 1타 차로 줄였다. 결국 1·2번홀 연속 보기에 발목이 잡혔다. 한때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위기를 맞기도 했던 그는 그러나 뒷심이 돋보였다. 14번홀(파4) 4m가량의 버디 퍼트를 넣어 분위기를 바꿨다. 16번홀(파5)에서는 221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린 뒤 약 4.5m 거리의 이글 퍼트가 살짝 홀을 빗나가 버디에 만족했다. 임성재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보태며 순위를 공동 4위까지 끌어올렸다. 12번홀(파4) 1.5m 파 퍼트, 16번홀 이글 퍼트를 놓친 것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역대급 데뷔전을 치른 임성재는 오는 18일부터 고향인 제주에서 열리는 PGA 투어 CJ컵에 출전해 국내 팬들에게 인사한다.
우승컵은 케빈 트웨이(30·미국)에게 돌아갔다. 이날 1타를 줄인 트웨이는 연장전에서 브랜트 스네데커, 라이언 무어(이상 미국)를 따돌렸다. 1차 연장에서 스네데커가 탈락했고 3차 연장에서 트웨이가 버디를 잡아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트웨이는 1986년 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통산 8승을 거둔 봅 트웨이의 아들이다. 2014년 PGA 투어에 데뷔해 2015년과 2016년에 2부 투어로 밀려나기도 했던 그는 91번째 PGA 투어 대회 출전에서 첫 우승을 거둬 115만2,000달러(약 13억원)를 받았다.
한편 임성재는 경기 후 “오늘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차분히 경기해서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고 “PGA 투어 첫 대회에서 챔피언 조 경험을 했는데 나중에 또 이런 상황이 왔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제 긴장하지 않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