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2,000억원에 달하는 필로폰을 국내에 밀수한 대만인과 이를 유통한 내국인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8일 인천지검 강력부(이계한 부장검사)와 대구지검 강력부(전무곤 부장검사)는 인천본부세관·국가정보원과 공조 수사를 벌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로 A(39)씨 등 대만인 20명과 국내 유통 총책 B(51)씨 등 한국인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해 필로폰 62.3㎏(시가 2,080억원 상당)을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전국에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 적발된 필로폰 30.5㎏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는 208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앞서 인천세관은 지난 2월 여행객으로 신분을 위장한 뒤 비닐봉지에 담은 필로폰을 붕대로 몸에 감고 입국하려던 필로폰 운반자 4명을 적발했다. 이후 검찰·국정원과 공조해 수사를 벌인 끝에 필로폰을 밀반입한 11명을 추가 검거하고, 유통경로를 추적해 국내 유통총괄자와 대만인 유통사범 등 7명도 검거했다.
대만 현지 마약밀수 조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으로 필로폰을 밀수할 운반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반책으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적발된 이들 중에는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 여성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만인도 포함됐다. 이들이 한국으로 필로폰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도주할 경우에 대비해 대만 마약조직원인 감시책이 따라붙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B씨의 지시를 받은 C(50·여)씨가 대만인 전달책들과 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밀수입된 필로폰을 수집했다.
일부 운반책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명동의 물품보관소를 필로폰 전달 창구로 활용했다. 수집한 필로폰은 전국에 마약 유통망을 가진 B씨가 전달받아 판매하려다가 모두 검찰에 압수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로 도주한 대만인 5명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라며 “대검찰청의 마약 법화학 감정 등을 통해 필로폰 출처 및 밀수 경위를 추적하고 있으며 대만 경찰에도 관련 자료를 전달하여 수사에 활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