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를 중심으로 총여학생회 존폐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투’ 운동이 거센 가운데 학내 성차별·성폭력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총여학생회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과 학생운동 전반의 퇴조 속에서 총여학생회의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하면서 존재 가치가 퇴색했다는 입장이 맞부딪치고 있다.
8일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는 10일부터 실시되는 총여학생회 폐지 관련 찬반 투표에 앞서 재학생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모씨는 “총여학생회가 여성 인권을 신장시키고 관련 정책에 적극적이었다면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왜 총여학생회장이 뽑히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동아리 소모임이 아니라 학생회비로 예산을 편성해 운영되는 기구인 만큼 학내 구성원 모두가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에 공감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모씨는 “올 초 학교에서 미투가 제기됐을 때 중앙운영위원회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10년 만에 입후보자가 나온 것은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성균관대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여학생회장이 공석이다. 총여학생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가 없었고 관련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8월 총여학생회장에 출마하겠다는 후보자가 나오면서 학내 논란은 시작됐다. 총학생회 측은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총 재학생의 과반수 투표 시 결과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에 앞서 이미 연세대에서는 올 6월 총여학생회 재개편안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총여학생회가 페미니스트 은하선씨를 초청해 학내 강연을 펼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일부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홍역을 치렀다. 현재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재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성비 불균형이 크게 완화됐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총여학생회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고 보고 있다. 김영 부산대 여성연구소장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내 성평등 정도를 묻는 조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답변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면서 “단순한 수적 규모가 아니라 한 집단에서 게임의 규칙을 정할 수 있느냐를 놓고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을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 학생운동이 퇴조하면서 총여학생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도 존폐 기로에 놓이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총여학생회는 물론 총학생회에 입후보하는 학생이 드문 상황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여학생 수가 많아졌음에도 남성 중심의 사고가 대학을 비롯한 우리 사회에 여전한 현실에서 총여학생회의 존재 가치는 아직 유효하다”면서 “다만 총여학생회가 지나치게 여학생들의 권익만을 추구하려 한다면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