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美中 환율전쟁 한국 영향은]中 '조작국 낙인'땐 원화가치도 급락

對中 중간재수출 급감...경제 치명타

한미FTA 환율불개입 조항 해석분분

韓도 조작국 지정 가능성 배제 못해




중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면 위안화 가치와 연동되는 원화 가치도 급락하면서 자본유출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우리나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환율조작국의 자국 기업 투자를 제한한다. 따라서 해당 국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소외될 수밖에 없다. 지정 이후 1년간 화폐가치를 절상하지 않으면 미국 조달시장 참여도 금지된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중국은 이를 전면전으로 받아들이고 보복에 나설 공산이 크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현실화되면 우리 기업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급감하면서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수출도 위축이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진다. 또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위안화를 따라 원화 가치까지 급락하면 손실을 우려한 외국 투기자본이 우리나라에서 자금을 빼갈 유인이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경우 우리도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현재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은 세 가지다.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GDP 대비 외환시장 순매수 2% 초과다.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는 모두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이지만 중국은 세 가지 요건 중 한 가지만 해당되는 반면 우리는 두 가지에 부합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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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단 우리가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지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당시 배포한 팩트시트에 한미 양국이 불공정한 환율 개입을 하지 않기로 ‘양해(understanding)’했다는 문구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IMF나 주요20개국(G20)에서 합의된 원칙이고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에도 들어간 문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개정된) USMCA에 환율 챕터가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즉시 상대국에 통보할 정도로 타이트한 내용이 들어갔다”며 “우리는 미국 측으로부터 그와 유사한 제안이 있었지만 환율 문제는 FTA와 연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해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환정책을 한다든지,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정책 결정 요인에 제약요인이 될 것은 아니다. USMCA에 비해 우리가 상당히 단호하게 정리했다”며 “(팩트시트 내용이) 양해각서(MOU)와 같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구두·서명으로 합의하거나 MOU를 맺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문구가 우리의 환율주권을 침해하고 환율조작국 지정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3개월마다 외환시장 관계 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과 불공정 환율 개입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비상시 외환당국이 환시장에 개입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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