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예술가이자 세계 시민으로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강력한 문화와 예술의 힘을 바탕으로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정착하길 소망합니다.”
오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63·사진)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균열과 분열을 치유하고 함께하는 미래를 도모하는 건 결국 문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 태생의 중국계 첼리스트로 그래미상을 18차례나 수상한 요요마는 지난 1998년 직접 결성한 ‘실크로드 앙상블’을 이끌고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실크로드 앙상블은 동서양 문화 교류에 관심을 쏟아온 요요마가 한국·중국·몽골·이란 등 옛 실크로드 지역에 있는 국가의 음악가들을 모아 만든 단체다. 지난 2000년 미국 탱글우드 음악 페스티벌에서 진행한 워크숍을 시작으로 서양 클래식 음악과 동양 전통 음악 사이의 교류를 꾸준히 모색해 왔다. “이 프로젝트가 벌써 20주년을 맞으면서 이제 실크로드 앙상블은 저에게 하나의 큰 가족처럼 느껴져요. 신선한 예술적 아이디어를 제약 없이 연구하는 실크로드와 함께 여정을 지나오면서 ‘우정’을 통한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 앞에 서는 서울 공연에서 ‘실크로드 앙상블의 뿌리를 한번 되새겨보자’는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했어요.”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이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서는 장구 연주자 김동원이 편곡한 한국 전통 음악, 브라질 삼바와 아메리칸 재즈가 어우러진 선율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요요마는 “김동원은 지극히 열정적인 예술가이며 그가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숨이 막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며 “17일 공연의 첫 문을 여는 김동원의 ‘장구 솔로’에 관객들도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북문제를 비롯한 세계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요요마답게 이번 공연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작곡가 김대성의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자장가’에 대해서도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제목 그대로 한국과 중국·일본을 위한 평화의 노래입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김대성 작곡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자장가 선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불러주는 자장가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사랑이 아시아의 평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려고 합니다.”
물론 요요마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도 들려준다. 바흐의 열렬한 추종자로 잘 알려진 요요마는 1983년과 1998년에 이어 지난 8월 세 번째로 바흐 첼로 모음곡 전곡 음반을 발매했다. “저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을 네 살 때부터 연주했어요. 이후 뭔가 예술적인 갈증이 느껴질 때마다 바흐의 곡을 다시 들여다보며 찬찬히 복기하고는 했죠. 바흐의 음악은 제가 배워왔던 것, 익숙하게 연주해왔던 것들을 원점에서 성찰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실크로드 앙상블의 중심 목표는 문화의 힘으로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고 더 좋은 세상을 이루어 내는 것인데 바흐의 모음곡이야말로 보편적인 인류애에 맞닿아 있는 음악이라고 믿어요. 지난 8월 이후 첼로 무반주로만 6개 대륙에서 36번의 무대를 가지면서 바흐가 어떻게 세계인들을 이어주는지 경험했습니다.” 사진제공=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