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민간기관에 이어 정부의 경기 전망도 후퇴하면서 고용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실업자는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 다음달이면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 6월∼2000년 3월 10개월 연속 이후 최장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정부는 12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미·중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 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회복세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와 민간기관들의 경제전망 역시 악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무역갈등과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을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적하며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를 하향 조정했다.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은 2.6%로 예상했다.
해외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씨티 등 9개 주요 투자은행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말 기준 2.9%에서 2.8%로, 내년은 2.8%에서 2.7%로 각각 0.1%포인트씩 내렸다. 이에 국제금융센터는 한국경제의 견조한 수출 모멘텀과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부족, 대외수요 둔화 가능성, 교역조건 악화, 고령화 등의 하방 요인으로 인해 해외IB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고용 지표 역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9월 취업자는 4만5,000명 늘며 마이너스는 면했지만, 지난달 고용률은 61.2%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해 올해 2월 0.1%포인트 떨어진 이후 8개월째 하락했다. 낙폭도 0.2∼0.3%포인트로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제주체의 허리인 30대 고용률은 0.2%포인트 하락하며 지난해 1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40대 고용률은 8개월째 하락세다. 최근 30대의 인구가 줄고 있는 가운데 고용률까지 떨어진 것은 인구 감소 속도보다 더 빨리 취업자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 지표 악화 원인 중 하나로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꼽았던 정부도 최근에는 구조조정, 숙박·음식업 부진 등 경기 상황을 주요인으로 지목하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갈등, 미국 금리 인상 등 불확실한 대외 상황으로 일자리 측면에서 기대할만한 호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정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정부가 인턴 등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등을 중심으로 채용 확대를 추진 중인 것도 이런 답답함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