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출범 후 A매치 3경기를 통해 단단한 팀 컬러를 굳혀가고 있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대1로 이겼다. 후반 18분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21분 손흥민(토트넘)의 킥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흘러나오자 황의조가 마무리했다. 실점은 6분 뒤에 나왔다. 후반 27분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걷어내려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완전히 공간을 내줬고 루카스 토레이라(아스널)의 패스를 달려들던 마티아스 베시노(인터밀란)가 결정지었다.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후반 34분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이 결승골을 터뜨린 것. 손흥민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교체 멤버 석현준(랭스)이 강력한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고 골문 앞에서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가 걷어낸다는 것이 정우영의 발 앞으로 갔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지난 1982년 우루과이와의 첫 A매치(2대2 무)를 치른 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를 챙겼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에서 만나 1대2로 아깝게 진 기억 때문에 더 짜릿한 승리였다. 우루과이와의 전적은 1승1무6패가 됐다. 이날 경기장에는 6만4,170명의 관중이 몰리며 3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만원 관중은 2013년 브라질전 후 5년 만이자 역대 여덟 번째다.
우루과이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5위의 강호. 슈퍼스타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는 자녀 출산 일정으로 한국에 오지 못했지만 우루과이 대표팀 사상 최다골 2위(105경기 45골)인 카바니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8골로 리오넬 메시(6골)에 앞서 득점 1위를 달리는 크리스티안 스투아니, 아스널의 신성 토레이라, 유벤투스의 전도유망한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탕쿠르 등이 선발로 나왔다.
FIFA랭킹 5위와 55위의 대결이었지만 한국은 대등한 경기 끝에 귀중한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벤투호는 지난달 코스타리카전 2대0, 칠레전 0대0에 이어 2승1무로 무패 행진을 하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천안에서 파나마와 맞붙는다.
벤투 감독은 이번에도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황의조 원톱에 손흥민-황희찬(함부르크)을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남태희(알두하일)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기성용(뉴캐슬)과 정우영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왔다. 포백 수비는 왼쪽부터 홍철(수원)-김영권-장현수(FC도쿄)-이용(전북)이 맡았고 골문은 김승규(빗셀 고베)가 지켰다.
시작부터 한국은 많이 뛰었다. 수비 진영 깊숙한 곳에서 손흥민의 모습이 자주 보일 만큼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상대의 공격 전개를 껄끄럽게 했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을 뺏고 지공으로 골 기회를 엿보는 장면이 계속됐다. 좌우 풀백 홍철과 이용은 끊임없는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활기를 더했고 김영권-장현수 조합도 김영권이 미끄러운 잔디에 골 기회를 헌납한 불운 빼고는 견고한 수비를 보였다. 러시아 월드컵 3골의 세계적인 공격수 카바니는 한국의 유기적인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최대 고민이던 최전방 공격수 고민도 해결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에서 9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황의조는 A매치에서도 3년 만에 골 맛을 보며 벤투 감독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예리한 슈팅으로 골 기대를 높여가던 황의조는 빠른 침투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쉽지 않은 각도에서 반대편 골문으로 정확하게 공을 밀어 넣었다. 2년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석현준은 후반 21분 황의조 대신 투입돼 190㎝의 높이를 이용한 헤딩 슈팅으로 결승골에 기여했다. 벤투호는 출범 후 3경기를 홈에서만 치렀다. 11월에는 원정 시험대에 오른다.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호주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정상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