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익악기, 3년 내 중국 시장 '빅4'로 도약"

■이형국 부회장 현지 인터뷰

사드 영향으로 성장세 주춤했지만

올 피아노 판매 2만대 수준 회복

브랜드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

급성장 5조규모 음악교육시장 겨냥

화상교육 플랫폼 연내 출시할 것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가 삼익악기(002450)로서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겁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영향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위기를 이겨냄으로써 중국에서 ‘삼익’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고급화 전략과 새롭게 뜨는 음악교육 시장 진출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악기 브랜드 ‘빅4’로 도약하겠습니다.”

이형국(63·사진) 삼익악기 부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중국 시장에서 1만7,000대에 머무르던 피아노 판매량을 올해 2만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연 매출 5,000만 달러(약 566억5,000만원)를 달성해 3년 내 중국시장 ‘빅4’의 지위를 공고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삼익악기는 세계 최대 어쿠스틱 피아노 시장인 중국에서 ‘톱 5’의 위치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사드 영향으로 시장 확장에 발목을 잡혔지만, 일단 큰 고비는 넘긴 만큼 향후 사업 확장에 고삐를 바짝 죈다는 각오다.

이 부회장은 중국에서 삼익악기 성공 신화를 쓴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외환은행 출신인 그는 1994년 삼익악기 입사 후 감사실과 국내영업본부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5년 삼익악기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2008년부터는 중국 법인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가 중국 시장을 총괄 지휘하기 시작한 후 2008년 3,000대에 머물던 중국 시장 피아노 판매량은 2015년 1만 7,000대까지 올라갔다. 2008년엔 전격적으로 독일 피아노 브랜드 ‘자일러(Seiler)’를 인수하며 업계에 화제를 불러 모았다.

악기업계의 불황에도 삼익악기의 매출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본격화된 사드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중국에서 삼익악기 판매를 담당하는 자일러 법인의 매출액은 2015년 455억원에서 2016년 531억원까지 급등했지만, 2017년엔 532억원으로 성장세가 주춤했다. 여기다 면세점 수익 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쳐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다.

1515A16 삼익악기 실적 추이


그러나 ‘현상유지’를 했다는 점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비결은 10년간 꾸준히 추진해 온 고급화 전략과 현지 영업력에 있다. 이 부회장은 “처음 중국 시장에 왔을 때 영업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책상도 없으니 현장에서 버티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대리점과의 돈독한 신뢰 구축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는 “사드 문제로 한·중 양국 관계는 껄끄러웠지만, 수많은 현지 대리점 사장들이 ‘나는 사드는 반대하지만 삼익은 사랑한다’며 격려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삼익악기는 연내 중국 전역에 있는 삼익악기 대리점을 370여곳에서 400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지난 6월 부진했던 면세점 사업을 철수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삼익악기는 지난 2015년 5년간 1,300만원의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2016년에 56억원, 2017년에 105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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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경영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자일러 브랜드를 내세운 고급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에서 세운 원칙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중국 업체하고 가격 경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 점유율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 2만 위안(약 327만원) 이상의 중고가 피아노가 전체 시장에서 30%를 차지하는데, 이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력과 정부 지원을 토대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시장 전체를 놓고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 시장에서 독자적인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또 하나는 교육사업 확대다. 중국 내 음악교육 시장은 연간 5조원에 달한다. 정부에서 교육·입시과정에 예술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 삼익악기는 이를 겨냥해 올해 말께 중국 음악학원을 타깃으로 하는 화상교육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한다는 복안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 음악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교실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화상교육 온라인 플랫폼에 현지의 학원 사업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를 위해 피아노플러스와 위쓰커탕 등 현지 음악교육 업체들과 협력할 방침이다.

디지털피아노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지난해 9월 독일 디지털피아노 브랜드 ‘게바’를 들여와 중가 라인업을 갖춘 데 이어 올해는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덱시벨’를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 유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저가 제품은 교육시장을, 고가 제품은 전문가 시장을 겨냥해 진출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인도네시아 법인 공장에서 디지털 피아노 생산에 본격 나서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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