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근거 없이 직무정지" 김상조 인사조치에 공정위 간부 法대응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부하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을 받은 한 국장급 간부에게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신고 사실만으로 직무정지를 명령해 정당성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 해당 간부는 “국가공무원법에 전혀 근거가 없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기간 동안 지휘체계를 분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정위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이 간부들을 연이어 직무정지시키는 데 대해 “정상적인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론이 나온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내부 갑질신고센터에 들어온 신고내역을 보고받고 A국장을 불러 “이후 직무를 정지한다”며 “직무정지 명령에 따르지 않고 업무를 보거나 결재 버튼을 하나라도 누르면 명령 불복종으로 징계하겠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현직 간부를 직무에서 배제한 것은 재취업 문제로 검찰에 기소된 지철호 부위원장 이후 두 번째다. 이에 A국장은 11일 김 위원장의 결정이 법에 근거를 두지 않은 자의적인 것으로 ‘무효’라는 내용의 ‘직무정지 명령에 대한 의견서’를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아 김 위원장에게 제출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A국장의 법무대리인은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 등을 할 때는 처분사유를 적은 설명서를 교부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명령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직무배제’는 국가공무원법 또는 시행령 등에 정해져 있는 징계처분이 아니다. 이런 자의적인 처분은 그 자체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A국장은 법적 대응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직무정지 결정에 대해 공정위 안팎에서는 “인사권자의 권한”이라는 의견과 “절차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 맞선다.


공정위의 공식 입장은 “갑질근절 대책에 의한 기관장의 권한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유정욱 공정위 감사담당관은 “7월 정부가 발표한 ‘갑질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기관장으로서 판단한 것”이라며 “대책에 의하면 기관장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 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문관으로 과거 공정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검찰청의 경우 비위신고 내용에 개연성이 있다면 징계절차 전에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명확한 규정이 없을 경우 인사권자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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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무리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유례가 없을 만큼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직무정지를 하는 것을 정상적인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실관계 조사 후 결과가 반대로 나와 원상복귀시키더라도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도 “형을 선고받았어도 그 형이 확정되지 않았을 경우 직무정지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2010년 9월2일)도 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직무정지 또는 배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정위 소속 공무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직무정지나 배제 관련 규정은 없다. 직무정지를 정식 징계가 아닌 특별 전보조치로 보더라도 공정위 인사규정에서 정기전보의 특례는 ‘감사 결과 인사조치하도록 통보된 자’ ‘공정위 인사위원회에서 특별 사유로 인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 7가지 경우로 제한돼 있다.

최근 검찰 수사와 지 부위원장의 직무배제 등으로 뒤숭숭해진 공정위의 내홍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도 논란거리다. 공정위의 다른 과장급 인사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사 후 문제가 밝혀졌을 때 조치하면 좋을 텐데 (이번 직무정지 결정에) 근거가 있는지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있다”며 “사기가 가라앉은 조직에 또 하나의 상처”라고 전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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