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직원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 유연근무시간제를 확대하고 자녀·가족돌봄시간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현황 및 활성화 방안’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황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종업원 3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체의 월 총노동시간은 180.2시간으로 300인 이상 기업보다 월 4.6시간 더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인 이상 299인 이하 규모 사업체에서 연장근로를 수행하는 업체는 전체의 13.7%로 300인 이상 사업체(6.7%)의 두 배 수준이었다.
대·중소기업간 워라밸 격차는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제도 등 일·가정 양립제도 도입·활용률에서 현저히 드러났다. 중소기업의 출산전후휴가 도입률과 활용률은 각각 80.1%, 59.6%로 대기업의 98%, 85.9%보다 현저히 낮았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실제로 활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2.4%에 불과해 57.3%을 기록한 대기업보다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황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규제 취약성을 지목했다. 2015년 기준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54%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0%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특례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황 연구위원은 최소한의 인력만 고용하려는 중소기업의 수요, 그리고 자발적으로 초과근무에 응하려는 근로자의 요구도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황 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이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일자리 창출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시간주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자녀·가족돌봄시간을 법제화하고 유연근무시간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의무적으로 실시해, 미처 사용하지 못한 육아휴직 기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