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파리 시내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시승 일정을 소화했다. 단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길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파리까지 와서 수소차를 시승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일정이 당일 오전에야 언론에 알려지면서 애초에는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보였으나 청와대는 오래전부터 문 대통령의 수소차 시승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그만큼 문 대통령이 수소차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국내도 아닌 프랑스 파리에까지 날아와 수소차를 탄 이유 중 하나는 이 분야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라 불리면서 정부의 혁신성장을 이끌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배출가스도 없어서 미세먼지 문제에 훌륭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수소차는 충분히 더욱 성장시킬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현대차의 수소차를 시승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래차 산업 간담회에서 “세계가 미래차로 나아가는데 우리가 안이하게 출발해 늦은 게 아닌지 걱정했다”면서도 “범정부적 노력으로 수소차 수준이 세계적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니에서 시작해 짧은 시간에 세계적 강국이 됐듯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도 강국의 힘을 키우자”고 제안해 수소차 분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수소차 분야에서 다른 자동차 기술 선진국보다 앞선 현대차가 최근 들어 독일과 일본 등의 추격을 받는 상황에서 한 번 더 우리 기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혁신성장의 동력을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현대차의 수소차를 시승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고용문제를 해결하고는 데 대기업의 동참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이 외국 방문 기간에 현지에 있는 우리 대기업을 관계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국빈방문 중에는 충칭(重慶)의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만났고 올해 7월 인도를 국빈방문했을 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당장 일부 보수 진영이 제기하는 ‘문재인 정부=반(反) 대기업 정부’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우리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과 호흡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외국에서뿐만 아니라 올해 2월 충북 진천 한화큐셀 태양광 셀 생산공장을 방문하는 등 국내에서도 적잖이 대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둘러본 현장이 미래의 혁신성장을 책임질 대표적인 산업 분야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고용 확대의 가능성이 큰 부문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해보는 이러한 잠재력을 고용 확대로 연결짓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의 과감한 투자 없이는 일자리의 난맥상을 풀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 정부가 대기업이 주도하는 미래의 먹을거리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성장의 여력을 일자리 확대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