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댓글공작을 벌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 당시 경찰 지휘부 11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추가로 혐의점이 발견된 4명을 수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 및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등 부서 소속 경찰관 1,500여명을 동원해 온라인 상에서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도록 지시하는 이른바 ‘사이버 여론대응 활동’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들이 차명 아이디나 해외 인터넷프로토콜(IP)을 동원해 경찰이나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 1만2,800여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수사단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3만7,800여건의 댓글이 작성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정 탈퇴나 삭제된 댓글이 여러 건 발견됐고, 수사가 발생 6년 이상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 여론 조작에 가담한 경찰관들의 진술 등을 고려할 때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댓글과 트위터 글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여론 조작에 가담한 주요 이슈는 ‘천안함’ ‘연평도 포격’ ‘구제역’ ‘대통령 탄핵’ ‘김정일 사망’ ‘유성기업 파업’ ‘KEC노조 파업’ ‘반값등록금’ ‘한미FTA 국회 비준’ ‘한진重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국가보안법위반 수사’ ‘정치인 수사’ 등 다방면에 걸쳐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업무와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나 경찰이 추진하는 업무, 경찰청장 개인에 대한 비난을 비호하는 댓글 등이 발견됐다”며 “경찰과 무관한 내용으로는 집회시위 관련한 건이 대체로 많았고, 일부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등 민간한 사안이 있으면 정부쪽 입장에서 댓글을 달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경찰이 댓글활동을 위해 각 부서별로 인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대응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정보부서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SPOL(Seoul Police Opinion Leader)’이라는 댓글활동 조직을 만들어 활용했고, 홍보부서는 ‘폴알림e’, 온라인홍보 ? 기동대SNS 담당 등 비공식 조직을 활용했다. 특히, 부산지방경찰청은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시위 여론대응을 위한 ‘온라인대응 태스크포스(TF)’ 를 꾸려 1박2일 철야 작업으로 여론 대응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활동은 조현오 전 청장을 중심으로 당시 본청 정보·보안국장, 정보심의관, 대변인, 부산지방경찰청장·차장, 본청 보안2과장, 보안사이버수사대장 등이 지휘부가 직접 지시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본청 보안사이버수사대가 2010년 정부 비판 성향의 누리꾼들을 색출하기 위한 악플러 색출 전담팀인 이른바 ‘블랙펜’ 관련 자료를 국군 사이버사령부로부터 넘겨 받아 이를 내사 및 수사에 활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던 민모 경정은 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직원으로부터 ‘블랙펜 작전’ 자료를 넘겨받아 영장 없이 불법 감청을 하는 등 내·수사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민 경정과 감청프로그램 업체 대표, 기술이사 등 3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또 군 사이버사에서 블랙펜 작업을 지시·관리한 전직 군인 2명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별수사단은 사안의 중대성과 방대한 증거관계, 일부 대상에 대한 계속 수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송치 이후에도 일정 기간 공조수사팀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