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영유아에 4가 독감 백신 접종이 허용되면서 기존 3가 독감 백신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정부는 영유아·어린이·노인에 한해 3가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어 추가 요금을 내고 4가 백신을 접종할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는 3가 백신 9종과 4가 백신 12종을 합해 총 21종의 독감 백신이 국가의 승인을 받고 출하된다. 3 가 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2종(H3N2형, H1N1형)과 B형 바이러스 1종(야마가타형, 빅토리아형 중 WHO가 매년 결정) 등 3가지 바이러스를, 4가 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2종과 B형 독감 바이러스 2종까지 총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이전까지 시장의 주류는 3가 독감백신이었다. 오래 전에 개발돼 안전성이 높은 데다가 예방률도 충분히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새로 개발된 4가 독감 백신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시장에 나오는 독감 백신은 GC녹십자(006280)와 SK바이오사이언스, 보령바이오파마, 사노피파스퇴르, LG화학(051910), 일양약품(007570), 한국백신이, 4가는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보령바이오파마, LG화학, 한국백신, 보령제약(003850), GSK, 사노피파스퇴르, 동아에스티, 한국백신, 일양약품이 공급한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국가출하승인이 신청된 독감백신은 2,200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다. 이 중 3가 백신은 1,000만도즈로 전년보다 200만도즈 감소했고, 4가 백신은 30만도즈 늘어난 1,200만도즈다. 그간 외국계 제약사가 주도했던 4가 백신 시장에 국내 제약사가 가세하면서 독감 백신 공급량에서는 일단 처음으로 4가가 3가를 넘어선 셈이다.
특히 올해 바뀌는 제도는 독감 백신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식약처는 올해 처음으로 생후 6개월에서 36개월(만 3세) 이하 영유아에게도 4가 백신 접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4가 백신의 경우 영유아는 적응증을 획득하지 못해 4가 백신을 접종할 수 없었다. 이미 GSK, 사노피파스퇴르, GC녹십자가 4가 독감백신의 영유아 접종을 허가를 받았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일양약품이 허가를 신청했다.
관건은 정부가 독감 백신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사업이다. NIP에 포함되면 65세 이상 노인과 12세 이하 어린이 및 영유아는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현재 NIP에 포함된 독감 백신은 3가 독감 백신뿐이다. 4가 독감 백신은 고객이 전액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탓에 3만원~5만원의 비용이 든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후 6개월~35개월 미만 영유아 105만8,939명 중 93만574명(87.9%)이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했다. 영유아를 둔 부모가 비용을 더 내더라도 4가 독감 백신을 선택하느냐가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더 많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해주는 4가 독감 백신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무료 접종이 가능한 기존 3가 백신을 고수하는 고객들도 여전해 4가 백신 제조사의 마케팅 경쟁이 달아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