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고꾸라지는 와중에도 실적 기대감이 탄탄한 종목, 지배구조·사업 개편 등의 모멘텀이 있는 일부 종목은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인디에프(014990)·샘표 등의 주가를 떠받치며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하락장에서도 종목장세가 나타난 셈이다. 다만 일각의 우려대로 코스피가 2,1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의 추가 하락이 진행되면 이들 종목조차도 하락 압박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8.44% 떨어진 가운데 코스피 상장종목 789개 중 128개 종목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은 디피씨·이수페타시스(007660)·롯데지주(004990)우·샘표·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조광피혁(004700)·제일기획(030000) 등이다. 디피씨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잇따라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그만큼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롯데지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사업 개편이 주가를 살렸다.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통해 호텔롯데·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케미칼 지분 (23.24%)을 인수해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배당수익과 지분법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달 들어 롯데지주우의 주가 상승률이 9.4%를 기록했다. 롯데지주(보통주)는 같은 기간 1.57% 하락했지만 배당 매력이 크고 발행물량이 적은 우선주 특성상 롯데지주우가 긍정적인 주가 변동성을 나타낸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 차원에서 화약·방산 사업을 통합하면서 그룹 내 방산 부문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이수페타시스와 제일기획·조광피혁은 실적 기대감이 높다. 이수페타시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수혜주로 꼽히며 이르면 올 하반기 중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점쳐진다. 제일기획은 중국·북미 지역에서의 성장 재개, 해외 자회사 이익 개선에 따른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이 밖에 샘표·신영와코루(005800)·인디에프가 0~1%대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시가 더 떨어진다면 살아남은 이들 종목도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다. 미국 증시에 대한 회의감마저 나타나면서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는 주식시장의 하락을 이끌 만큼 심각하게 둔화되지도, 상승으로 이어질 만큼 강하게 개선되지도 않고 있다”며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과 다음달 미국의 중간선거, 중국·미국 협상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부정적 요인들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2,10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펀더멘털 불확실성을 반영한 코스피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타났지만 다음달 미국 중간선거가 지나면 불확실성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재차 커지고 있어 투자심리가 더 이상 악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2,100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저가매수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