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개인 공매도 확대, 혼란 줄일 대책부터 세워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개인투자자도 원활하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제도에 대한 투자자 간 참여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국감에서의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한 말이다. 현행 공매도 제도가 기관이나 외국인투자가에 비해 개인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과 관련해 이를 개선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개인도 기관처럼 차입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차입기간도 한정돼 있는 등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시장에서는 개인 신용도에 따라 공매도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개인 공매도 확대 검토는 4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 5월 골드만삭스증권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 등으로 공매도 폐지 주장이 거세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측면이 있다.

관련기사



시장 유동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는 공매도를 폐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신 개인들이 뛸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최대한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데,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이 쉬워지는 등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개인들의 공매도 기회가 많아진다고 해도 여전히 자본력과 정보력에서 앞선 기관·외국인들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취약한 개인들의 참여 확대가 되레 시장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더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개인들의 공매도 방어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폐지 청원에 쫓기듯이 개인 공매도 확대를 밀어붙여서는 안 될 것이다. 세심하고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 위원장이 “현행 법령과 제도, 해외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니 다행이다. 금융당국·증권사·개인투자자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에서 의견을 더 수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폐해나 문제점을 파악하고 혼란을 줄일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안전장치가 준비된 후 제도를 시행해도 늦지 않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