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때문에 80년 후에 맥주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농업 전문가와 기후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 심각한 기후변화에 따라 향후 80년 동안 전 세계 보리 수확량이 3%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벨기에, 체코, 아일랜드 등의 맥주 주요 생산국이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이들은 학술지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기후모델을 적용해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앞으로 80년간 보리 수확량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고 또 경제모델을 적용해 보리 수확량 변화가 나라별 맥주 공급과 가격에 미칠 영향을 추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실패할 경우 맥주 주요 생산국인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의 맥주 소비량이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은 영국에서는 맥주 소비량이 25%, 미국에서는 최고 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소비하는 중국의 소비량은 9% 줄고 지구촌 전체로는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성공하더라도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 등의 맥주 소비량은 9∼13% 감소하고 캐나다와 독일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가디언은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폴란드의 맥주 가격이 무려 5배 뛰고 아일랜드와 벨기에, 체코에서는 현재 가격의 2배로 오를 전망이다. 이들 국가에 특히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맥주의 주요 생산국이면서 자체 소비량도 많고 또 원료인 보리를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기상이변으로 보리 수확량이 줄면 맥주 제조보다는 가축을 먹이는 게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전 세계 보리 생산량의 17% 정도만 맥주의 원료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가축 사료로 쓰이지만, 기상이변 탓에 보리 수확량이 줄면 맥주 제조보다는 굶주린 가축을 먹이는 게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연구에 참여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 어바인)의 스티븐 데이비스 교수는 “장래 기후와 이로 인한 가격책정 여건에 따라 전 세계 수억 명이 맥주를 즐길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보리 수확량과 맥주 가격 및 소비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량화해 예측한 첫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문에서 관측된 기후변화에 따른 보리 수확량 감소와 맥주 가격 변화 등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정확한 예측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