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희숙 한국소비자원장에게 “정부의 단기 일자리 마련 요구에 뭐라고 회신했느냐”고 묻자 이 원장은 “2개월 근무할 41명 채용 계획을 보고했다”고 답했다. 소요 예산은 1억1,000만원이라고 했다.
애초 소비자원은 자체 수요 조사에 따라 연말까지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7명을 뽑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청와대 압박에 정규직 정원의 10%가 넘는 41명을 덜컥 추가 채용하겠다고 회신했다. 근무 시간과 업무 내용에 따른 급여 차이를 배제해 놓고 이 원장이 말한 예산과 인원, 기간을 거꾸로 계산하면 1인당 월 134만원 짜리 일자리다. 올해도 아닌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한 월 급여 135만원과 별 차이가 없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배정을 해주지 않아 소비자원의 추가 채용 계획은 없던 일이 됐지만, “차라리 잘 됐다”는 게 소비자원 속마음일 것이다. 소비자원뿐 아니라 단기 일자리 압박을 받는 다른 공공기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편의점 알바 보다 못한 일자리 급조를 지시한 이유를 이해못할 바 아니다. 지난해 월 평균 30만 명은 됐던 취업자 증가 수가 지난 7·8월 5,000명과 3,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9월 취업자 증가 수가 4만5,000명으로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직전 두 달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적다. 그나마도 정부 공공 재정이 투입된 보건·복지서비스(13만3,000명)·농림어업(5만7,000명)·공공행정(2만7,000명) 분야 취업자 증가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10월 고용 사정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자 정부는 벌써 기저효과 운운하기 시작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같은 날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10월 취업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며 마이너스(-) 가능성에 운을 뗐다. 올해 9월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폭을 크게 줄인 추석 대목 효과가 10월에는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0월 취업자 수 증가(28만1,000명)가 작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자칭 일자리 정부가 재정 투입과 연휴 이벤트, 기저효과를 총동원해 고용 지표를 간신히 연명하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9월 고용지표 일부가 미미하게나마 개선되자 내놓은 ‘일자리의 질이 개선됐다’는 자평의 근거는 궁색하기까지 하다. 정부·청와대는 세금으로 임시 일자리를 만들고, 이벤트 효과로 지표가 반짝 잘 나오길 기대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민간이 질 좋은 일자리를 내놓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 정부의 궁색함도 덜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