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일부 직원의 친인척 108명이 비교적 채용 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드러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108명이 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은 서류·필기·면접·인성·신체검사 5단계를 거쳐 채용되지만 무기계약직은 서류·면접·신체검사 3단계만 거치면 된다.
조사를 통해 드러난 친인척 유형은 직원의 자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형제·남매(22명), 3촌(15명), 배우자(12명), 4촌(12명), 부모(6명)와 형수·제수·매부(6명), 5촌(2명), 며느리(1명), 6촌(1명) 순이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타난 숫자다. 회사에 친인척이 있는지 묻는 조사 응답률이 11.2%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이 중 108명이 친인척으로 나타났다.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원의 11.2%만 조사에 응했는데도 108명이 친인척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만약 100% 다 조사했다면 1,080명이 친인척이라고 추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공기업을 상대로 친인척을 교묘한 수법으로 채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는지 전수 조사하고, 위법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사안들을 완벽히 처리한 이후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전·현직 자녀의 직원을 정규직 전환이 예정된 무기계약직으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서울시 국감 때 처음 불거졌다.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온 뒤 금방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알고 직원 친인척들이 입사했다는 의혹이었다.
서울시는 2016년 5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 모(19) 군이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산하 기관 직원의 정규직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서울시는 우선 지하철 승강장 유지관리 업무 등을 외주에서 직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으며, 지난해 7월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교통공사 무기계약직 1,285명은 올해 3월 정규직 전환됐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