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사진) LG(003550)그룹 회장은 신성장동력 마련이 절박하다. 지난 9월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연구개발(R&D)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계열사의 3·4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면서 미래경영 청사진도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 됐다.
당장 오는 29일부터 그룹 사업보고회가 있다. 이와 관련해 구 회장은 계열사에 메시지도 전달했다. 핵심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보고해달라”는 것.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 ㈜LG가 계열사에 일괄 전달하던 사업보고서 양식에 구애받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40대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두고 그룹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보고회는 29일 LG화학(051910)을 시작으로 다음달 20일까지 열린다. 구 회장은 ‘리스크 관리 방법’ ‘3~5년 후 미래 먹거리’ 등 사업보고회의 핵심 화두만 제시했다. 나머지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그간의 성과와 미래 준비사항을 발표해달라는 뜻이다. 그동안 LG 계열사들이 사업보고회를 정해진 양식에 맞춰 준비해왔음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변화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계열사들이 달라진 사업보고회를 준비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연말 인사를 앞둔 만큼 사업부장·사업본부장·최고경영자(CEO)로 이어지는 사업보고회 준비가 어느 때보다 긴장된 분위기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LG화학부터 LG생활건강(051900)·LG전자(066570)·LG디스플레이(034220)·LG이노텍(011070)·LG유플러스(032640)·소재생산기술원 등의 순으로 구 회장을 만난다. 각 계열사 CEO뿐 아니라 사업본부장도 총출동해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3~4일간 구체적인 보고를 이어간다. 그야말로 그룹 현황을 샅샅이 살필 수 있는 마라톤 전략회의다.
구 회장은 그룹 승계 이후 줄곧 정중동 행보를 이어왔다. 그룹 안팎의 살림을 꾸릴 키맨으로 권영수 부회장을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 외에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지난달 12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개발진을 독려하고 18일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정도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업보고회 이후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구 회장이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78년생으로 40대 초반인 구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최신 정보기술(IT) 트렌드에 민감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그가 4세대 LG그룹을 이끌기 위해 어떤 인물들과 발을 맞출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핵심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의 사장급 이상 경영진의 평균 연령이 60세 초반”이라며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변화 속 안정을 위해 철저히 실적이 우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