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티븐 맥키버(왼쪽부터) 베트남 호찌민시티증권 법인세일즈 본부장, 친페이징 중국 중신증권 수석연구원, 아쿠쓰 마사시 일본 SMBC닛코증권 수석연구원, 롤랑 칼로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연구원이 최근 증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증권국내외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만 미국·일본 등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한 국가들에서 증시 조정은 단기적 현상에 그치고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6일 삼성증권이 주최한 ‘해외주식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중국·일본·유럽·베트남 증권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증시 급락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국 주식시장이 단기 급락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최근 각국 증시의 우려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을 일제히 지목했다.
중국 중신증권의 친페이징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동조화로 중국A주 시장의 유동성 리스크 위험이 있어 단기 투자는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는 내수부양을 위해 완화된 통화·재정정책을 펼쳐 무역전쟁에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과 경기부양책으로 내년 중국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의 직접적 타격에 대한 우려로 올해 이미 증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내년에 본격적인 경제 성장률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SMBC증권의 아쿠쓰 마사시 아쿠쓰 연구원은 최근 일본 증시 급락의 원인을 미국 장기금리 상승으로 지목하면서 닛케이225지수가 연말까지 2만5,000선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쿠쓰 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수출 호조로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지수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최근 5년간 일본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4.5배지만 최근 외국인 매도 집중으로 일본 증시 평균 PER이 12.5배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의 롤랑 칼로얀 연구원은 “유럽 증시도 최근 자금이 유출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 심화가 독일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맥키버 호찌민시티증권 법인세일즈본부장은 “글로벌 증시 동조화로 베트남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내년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에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섣불리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뒤 매수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내년 초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보는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초부터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규모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조치만으로도 중국은 연간 경제성장률 6%를 지키기 어렵다”며 이 같은 예상을 내놓았다. 신 상무보는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뿐 아니라 미국 경제도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수익이 줄고 달러 강세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15일 2,750이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단기적으로 2,6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 자산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국 주식과 위험 분산을 위한 원화 장기국채 중심으로 배분하고 내년 1·4분기까지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